[시론] 21세기 교육을 고민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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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정부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보화.세계화 추세와 개개인의 삶의 양식 자체가 새롭게 변하는 문명사적 전환에 맞추어 창의적이고 능력있는 민주 시민을 양성하지 않으면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요청과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은 관련 당사자 누구에게도 별다른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유용한 교과를 선택해 즐겁게 배우기보다는 낡은 교과와 아직도 주입식 교육에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며, 학부모들은 새로운 입학 선발 제도와 평가 방식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학교.교사를 신뢰하지 못해 걱정만 앞서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 자신도 스스로 열정과 사랑,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교육하기보다는 체념과 타성에 더 많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교육 관련 당사자들과 정부가 함께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선 학생들의 문제부터 보자면 21세기를 대비해야 할 학생들에게 여전히 19세기까지의 고전적 틀에 얽매인 교과 체계만 강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활 중심이니, 주제 중심이니 하는 사조는 그 정신을 이 땅에 뿌리내리지도 못한 채 교사 공급체계인 대학 사회의 이해에 맞추어 사라져버렸고, 평준화된 인간 육성을 목표로 획일적으로 편성된 교과를 교사 수급상황에 맞추어 학년별로 쪼개 많게는 20여 과목 이상을 기계적으로 배우고, 이를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권은 물론 학생들의 능력에 따른 학습권도 박탈당해왔다.

더욱이 학령당 인구의 99% 이상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용적인 지식과 기능, 사회의 구체적인 직업과 연관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실업 교육이 없다는 것은 곧 적지 않은 수의 젊은 세대들이 무능력하게 사회로 배출되는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각각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의 아이들만을 생각할 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음 교사들의 문제를 보면 교사도 인간인 이상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고 진정으로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때 보람도 얻을 것이고 자신의 존엄성도 더해 갈 것이다.

더욱이 교사의 본분이 다음 세대를 길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 점이 강조된다 하겠다.

그러나 실제 교사들은 비대해진 학교 조직 속에서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일보다는 성과 중심의 행정이 중시되는 풍토에서 본말이 전도되고 있으며,가르치는 일에 있어서도 제대로 자율권을 갖지 못하며, 자율에 따른 책무성도 요구받은 적이 없었다.

이런 학교 풍토에 회의를 가진 교사들의 냉소적인 태도까지 더해지면서 그 해법을 찾기가 더욱 요원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행정은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교사의 자율권과 책무성을 강조해 교육의 본질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수준이라 하지만, 내 자식만이 아닌 우리 자식들의 교육에 관한 고민을 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내 자식도 남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 이길 수 있는 사람만을 기대하고, 스스로 깨우치면서 틀려가며 터득하는 사람보다는 불법과외라도 시켜 다 맞히기만을 바라는 조급한 완벽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능이 점차 쉬워지고 학교 내신성적이 중요해지며 학생부에 기록되는 평가가 수행평가 방식으로 바뀐다고 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이러한 경향에 대비하는 신종 과외라도 하려 하고, 일부 교사들은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업무의 과중함을 들어 소극적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들이 솔선해 교육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 우리 아이들이 숨쉴 수 있는 교육현장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앞으로 기대고 믿을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아닌가!

이옥식 한가람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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