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본 치아] 웃음과 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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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회사원인 A씨. 최근 직장 상사가 넌지시 던진 한마디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왜 매일 그 모양이니. 인상 좀 펴고 살아라. " 평온한 마음으로 생활해왔다고 자부한 A씨.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찬찬히 자신의 얼굴을 살피는 모습이 재미있어 '푸하하' .그러나 웬걸 그는 그 순간 거울에 비친 자기의 웃는 얼굴이 실제로는 썩 유쾌하지 않은 표정인 걸 발견하고 놀랐다.

파안대소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입도 크게 벌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치아는 위아래 모두 보일까 말까 했던 것. 그때서야 상사의 충고가 무슨 말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입과 치아가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목구비중 구 (口 : 치아포함) 는 희로애락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준다.

이를 증명하는 게 근육의 숫자. 이를 악물거나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는 등 입과 잇몸을 움직일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은 6~8개. 마음의 창이라는 눈이 고작해야 3~4개 근육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하면 눈이 일단 수적으로도 다양한 감정 표출에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사이즈에서도 입과 잇몸은 눈에 비해 단연 유리. 아무리 크게 치켜뜬다 하더라도 눈 크기를 위아래 확대해 보일 수 있는 길이는 수 ㎜안팎. 그러나 닫혀있는 위 아래 치아의 간격은 4~4.5㎝까지 벌일 수 있다.

표정연기가 풍부한 배우나 미모의 탤런트 중에는 대개 평균치보다 크게 활짝 입을 벌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치아의 노출 정도는 미인대회의 선발 기준이 되기도.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50여명을 대상으로 치아구조를 분석한 바 있는 정건성 (丁建聲) 하버드치과원장은 "분홍 빛 잇몸이 1.5㎜정도 드러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웃음으로 심사기준이 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웃음미인이 꼭 선천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밝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근육구조 등을 갖고 있다는 것. 오히려 이나 잇몸의 병 혹은 구취, 때로는 성격 때문에 활짝 웃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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