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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출간될 소장 평론가 10명 비평집 '…화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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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유라는 테마를 체득해 살아온 지식인들은 어떤 표정으로 이 시대에 서 있는가.

'한국 자유주의의 열 가지 표정' 이란 부제가 붙은 '자유라는 화두' (삼인.9천원) 는 자유를 지향한 10명을 통해 자유의 의미, 시대와 자유의 상관관계 등을 캐내고 있는 한국자유주의의 인물 스펙트럼이다.

김현. 복거일. 강준만. 김수영. 최인훈. 전혜린. 장선우. 홍신자. 나혜석.마광수씨.

이들이 자유란 화두의 주인공들. 진중권.한수영씨 등 10명의 소장 평론가들이 그들에 대해 비평의 칼날을 들이댄다.

때론 의미 부여로 때론 예리한 질책으로. 작업에 앞서 성공회대 김동춘 (사회학) 교수는 글읽기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해준다.

"과거 자유주의자의 다수는 반공자유주의자.민족 허무주의자.얼치기 근대화론자 등이 다수였다. 곧 한국 자유주의 역사는 한국의 사상적 불구성의 역사다. 군사독재를 거치면서는 상당수의 자유주의들이 냉소적인 인간이 될 정도였다" 는 것이다.

이런 질곡속에서 신산 (辛酸) 을 맛보며 얼굴을 내미는 몇 안되는 자유주의자들. 시인 김수영은 개인주의의 승리자로 비춰진다.

'잡놈이 오입을 하면 추태가 되지만 김수영이 오입을 하면 시가 된다' 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확립한 그. 사소한 일상에서 늘 사회문제를 시로 고발했으며 거창한 이데올로기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끼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 시인. 소장 국문학자 노철씨는 "그는 자유를 구가하기 위해 모든 제도를 전복해야 했다.

그래서 서구의 맹목적 추수나 냉전 이데올로기의 폭압적인 질서를 거부했다" 며 그의 자유주의를 '국적있는 자유주의' 로 평가한다.

그러나 김지하씨의 '김수영은 풍자 아니면 자살' 이라는 표현처럼 현실적으로 자유실천의 전망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김수영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김수영에 비해 영화감독 장선우의 자유주의는 부드럽고 여유롭다.

70년대 비판적 지식인에서 80년대 민중주의자로 그리고 90년대 해체주의자로 면모를 바꾼 변신의 힘도 돋보인다.

'우묵배미의 사랑' '너에게 나를 보낸다' '꽃잎' '나쁜 영화' 등이 보여주는 체제 거부적 스타일과 어느 곳에 안주않는 유동성.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장선우 감독을 기존의 통합된 가치를 부정하는 영화적 자유주의자로 표현한다.

한 시대의 뜨거운 문학적 상징으로 표현되는 문학평론가 김현은 개성적 면모가 살아서 생생하게 숨쉬는 '한국문학의 위상' 이란 저술에서 문학을 그 누구도 억압하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로 자리매김시킨다.

이는 곧 모든 억압에 맞서 싸워 온 일생이 반영된 김현의 조용한 자유주의적 문학관이다.

그러나 억압이라고 규정하는 드러난 폭력에 대한 위험성은 비판하되 그 이면에 숨은 폭력의 맥락에 대한 사유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김현의 한계로 여겨진다는 게 문학평론가 이현식씨의 분석이다.

이밖에 역사적 인식 부족과 현실에 대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호된 질책을 받고 있는 소설가 복거일씨, 자유라는 잣대를 들이대기가 허무할 정도로 자유로운 삶 자체인 무용가 홍신자씨, 권위주의에 짓눌린 순진한 자유주의자 마광수 (연세대) 교수 등에 대한 비평이 연이어 진다.

이 책은 한국 자유주의의 맥짚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물론 필자들의 폭넓고 탄탄한 문장으로 지식인의 인물연구서 역할에도 근접해 있다.

다음주 출간될 예정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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