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종족·종교분쟁 격화…하비비정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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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도네시아 하비비 정권이 끊임없는 종족.종교충돌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보르네오섬 서부 삼바스에서는 종족간 유혈충돌로 지난 16일 이후 2백명 이상이 숨지고 1백50여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원주민 다야크족과 이주민인 마두르족의 집단학살극으로 가옥 1천6백채 이상이 불타고 1백85채가 완전 파손됐으며 2만3천여명이 고향을 등졌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의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암본섬에서도 3백명 이상이 숨지고 주민 3만여명 이상의 탈출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삼바스 지역 종족 분쟁은 원주민인 말레이족과 다야크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자바섬으로 이주해온 마두르족을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버스 운전사가 마두르족에게 현지인들과 다른 추가요금을 요구하자 이들이 거부한 것이 사건의 발단. 그러나 경찰이 지난 1월 말레이족과 다야크족을 살해한 마두르족 검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데 대한 원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렇듯 인도네시아 전역이 크고 작은 유혈분쟁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5월 수하르토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은 하비비 정권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하비비 대통령은 6월 총선, 11월 대선 등 차기정부 출범의 일정을 밝히며 정권기반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66년 이후 금지시켰던 종족.종교.인종.집단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치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 하비비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인도네시아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관계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의 상징 수카르노푸트리 메가와티 민주당 당수도 집권 경험이 없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다.

뚜렷한 힘의 우세를 보이는 정당이 없이 48개 야당이 난립해 있는 것도 인도네시아 정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를 뒷받침하던 화교자본과 외국자본은 계속 철수하고 있어 경제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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