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 쇼핑특구로 부상…외국인 관광객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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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인 반, 내국인 반 - ' . 유명 상표 의류 할인매장 1백여개가 밀집한 서울송파구문정동 '로데오거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고급의류 매장이 집결해 있는 곳)' 에 일본.홍콩.대만 쇼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치하락 이후 남대문.동대문 재래시장을 찾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서울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문정동까지 진출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 로데오거리 노상 주차장. 관광버스에서 내린 40여명의 홍콩인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각 매장으로 흩어졌다.

이어 곧 대만 관광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3대가 모습을 나타냈다.

로데오거리에서 관광객 안내를 맡고 있는 주인규 (朱仁奎.31.문정동 로데오상점가 진흥조합 총무) 씨는 "관광버스 20여대를 타고 오는 홍콩.대만 관광객과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을 합치면 요즈음엔 하루 평균 1천여명이 로데오거리에서 쇼핑한다" 고 말했다.

일본 류코쿠 (龍谷) 대 3학년 고야마 나쓰기 (小山夏來.22.여) 는 "가격이 일본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하다" 며 옷이 가득 든 쇼핑백 세 꾸러미를 내보였다.

홍콩에서 온 꿔즈하오 (郭志豪.30) 는 "홍콩에도 할인점이 많지만 문정동처럼 유명 상표 할인매장이 한 곳에 밀집한 곳은 없다" 며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용품의 가격이 특히 저렴하다" 고 말했다.

거리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맥도널드.파파이스 등 패스트푸드점과 의류점들은 영어.일어.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붙였으며, 나이키 등 일부 매장은 전문 통역사까지 배치했다.

대기업에서 퇴사해 한달 전부터 액세서리 노점을 하고 있는 손인석 (孫寅碩.33) 씨는 "손님의 90%가 외국인이어서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을 정도" 라며 "하루 20만원의 매출은 거뜬하다" 고 털어놨다.

문정동 로데오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명소로 떠오른 것은 업소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이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상표고 가격이 정상가의 30~80%에 불과하기 때문.

또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각 상가의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자 상가조합은 드문드문 오던 외국인들을 재기 (再起) 의 목표로 삼았고 관광공사는 외국 잡지.관광회사에 홍보하는 등 로데오거리 알리기에 나섰다.

송파구청도 외국인 관광객 전용 주차장을 마련해 쇼핑 편의를 도왔다.

문정동 로데오상점가 진흥조합 김성일 (金聖一)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일본 니혼TV 등에 문정동이 집중 소개된 이후 쇼핑객들이 크게 늘었다" 며 "경제위기 이전만은 못하지만 외국인 덕분에 최악의 고비는 넘겼다" 고 밝혔다.

로데오거리는 다음달 28일부터 5월 5일까지 8일 동안 계속되는 일본의 황금연휴를 맞아 하루 2천명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키로 하고 안내 도우미 채용.기념품 마련 등에 분주하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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