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감독 아카데미특별상 수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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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2일 오전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제7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발표 못지 않게 평생공로상 수상자인 엘리아 카잔감독 (89) 이 상을 받는 특별상 수여식 때 객석의 반응이 관심을 끈다.

지난 1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카잔을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했을 때부터 찬반논쟁으로 떠들썩했던 미영화계는 이제 시상식장에서 누가 박수를 치고 누가 침묵을 지키게 될 지 지켜보겠다는 태세다.

카잔은 '에덴의 동쪽' '워터프론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감독. 메카시즘 광풍이 몰아치던 1952년에 하원 반미행동조사위원회에 출석해 공산주의에 동조적인 동료의 이름을 발설하면서 할리우드의 기피 인물로 찍혔다.

50년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작가 버나드 고든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결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침묵에 반대하는 모임' 을 만들고 시상식 당일 시위를 계획중이다.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프랑스에서 도피생활을 한 작가 노마 버즈먼 역시 "불명예스러운 인간에게 상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면 박수를 보내지 않는게 옳다" 며 사람들에게 박수를 치지 말것을 촉구했다.

반면 작품과 정치성은 별개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카잔의 결정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어도 내게는 그의 영화까지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 말했다.

극작가인 아서 밀러 역시 "나는 카잔에게 동정심과 동시에 두려움도 느껴진다" 면서도 "그러나 공로상은 그의 작품에 주어진 것이지 정치성에 주어진 것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예술인의 삶과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카잔의 수상으로 끝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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