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행원이 대출비리 요지경 소설로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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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은행과 기업을 부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대출 비리 커넥션' 을 적나라하게 그린 실화소설 '부도 (不渡)' 가 퇴출 은행원에 의해 출간됐다.

'부패한 조직은 반드시 무너진다' 를 부제로 이 소설을 쓴 주인공은 대동은행 본점 검사역 출신으로 지난해 8월 퇴직한 서동진 (徐東晋.39) 씨. 소설은 대출 사기꾼으로부터 5백만원을 챙긴 뒤 3천만원을 대출해준 '비리 지점장' 과 제보를 통해 이를 눈치챈 검사역의 끈질긴 추적을 줄거리로 해 전개된다.

비리 지점장은 대출인의 친구 명의로 5백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받은 뒤 부실대출로 의심받을 기간이 지나면 해지해 챙기는 수법을 쓴다.

비리 지점장은 마음을 바꾼 대출인이 통장 분실신고로 돈을 되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자를 자신의 통장에 자동이체하며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실제로 徐씨는 "일부 지점장의 계좌에서 자동이체를 의미하는 J표시를 무수히 확인했다" 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생생한 대출비리를 소설에 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15년간 금융권에 몸담았던 경력과 15개월간 은행의 부실대출 여부를 조사하는 검사역을 맡았기 때문.

徐씨는 대출 비리의 핵심이 힘없고 건실한 중소기업에는 담보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다 부도로 내몰고 뇌물을 주는 '사기꾼' 에게는 부실대출을 해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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