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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대신 ‘무노동 무임금’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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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6일 조업이 재개된 광주시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에 복귀해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로 대립해 왔던 금호타이어 노사가 5일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6일 오전 6시부터 조업이 재개됐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5일 24차 교섭에서 노조 측이 ‘파업 기간 무노동 무임금’을 수용하자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양측은 ▶올해 기본급은 동결하고 ▶2008년분 추가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으며 ▶2009년 성과급은 2010년 1분기 노사협의회 때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전날 통보됐던 정리해고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노조는 이달 중순 찬반 투표를 통해 합의안을 가결할 예정이다. 또 노사는 ‘국내 공장 경쟁력 확보 및 고용안정을 위한 별도합의서’를 만들었다. 특근할 때 보조하는 비정규직 도우미를 214명 줄이는 대신 인력을 생산 수급에 맞게 전환배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노조는 협상과정에서 임금 7.48% 인상과 성과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임금동결과 정기승급 보류 등을 제시했다. 노조 측이 이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 측은 지난달 24일 정리해고 대상자 733명의 명단을 노조에 통보해 위기가 고조됐다. 특히 금호타이어 파업은 쌍용차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5일 오전 6시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자 공장 점거에 들어갔었다.

이번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회사 측 약 1200억원 추산)은 막대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끝까지 파업기간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노조 측은 정리해고를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게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생산직 4200여 명의 평균 임금은 7000만원에 달했다. 또 전체의 30% 이상은 연봉 8000만원이 넘었고 최근 5년 연간 평균 11.5%의 임금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생산성(제조원가 기준)은 중국 현지공장의 70%에도 못 미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한국·넥센 등 국내 타이어 업체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좋은 실적을 냈지만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2000년 이후 최대치인 104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권력 행사 없이 노사 협상으로 파업을 끝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노조가 생산성 향상 없이 계속 고용안정에만 안주하면 또다시 정리해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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