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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애니 ‘9: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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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9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9:나인’(사진)은 지난해 여름 선보인 애니메이션 ‘월-E’에 견줄 만하다. 둘 다 SF 어드벤처다. 쓰레기만 가득 남은 지구에서 갖은 폐기물을 수거하는 ‘깡통 로봇’ 월-E가 있다면 인류와 기계의 전쟁 끝에 폐허가 된 지구에 살아남은 ‘헝겊 로봇’ 9(나인)이 있다.

또 둘 모두 문명비판적이다. ‘월-E’가 대량생산·소비라는 현대 자본주의를 비꼰다면 ‘9:나인’은 첨단 과학문명을 둘러싼 인간의 오만과 탐욕을 비튼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쓰레기 더미에서 꽃핀 러브 스토리를 에너지로 삼은 ‘월-E’ 와 달리 ‘9:나인’은 황폐한 지구에서 벌어지는 기계군단과 ‘헝겊 로봇’의 액션대결에 힘을 쏟는다.

‘9:나인’은 세계사를 풍자한다. 원자탄 개발로 대변되는 과학문명, 히틀러로 상징되는 전제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군데군데 숨어있다.

‘9:나인’은 인류멸망을 예견한 한 과학자가 ‘지구의 희망’으로 만들어놓은 생명체 9개를 가리킨다. 각자 등판에 1부터 9까지 숫자가 찍혀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차림새가 재미있다. 성긴 헝겊을 잘라 바느질하고, 낡은 지퍼를 붙이고, 다른 로봇의 부품을 집어넣고 등등, 이들 ‘당나라 군대’가 막강 화력·병기로 무장한 괴물 기계군단에 맞서 희망의 세상을 애면글면 열어나간다.

‘봉제인형단’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9(목소리 연기 일라이자 우드)부터 소심하고 독단적인 리더 1(크리스터퍼 플러머), 날쌔고 용맹한 여전사 7(제니퍼 코넬리)까지 각 캐릭터의 갈등과 기계군단과의 스펙터클한 격돌 등이 웬만한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감독은 신예 쉐인 액커. 2006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동명 후보작을 장편으로 매만졌다. ‘가위손’ 의 팀 버튼 감독과 ‘나이트 워치’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팀 버튼 고유의 괴기한 화면, 전복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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