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천국 매너는 빵점…병원.비행기선 사고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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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휴대폰에 관한 한 한국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보급 대수.장비의 첨단성 등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선진국이다.

반면 사용자의 매너.공공질서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극도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공장소나 공연회.병원 등에서의 고성 통화는 예사고, 심지어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해 12월 타이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의 한 원인으로 휴대폰 사용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상황이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절.안전 불감증' 속에 지내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공공장소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나 벨 소리에 대한 크기를 제한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시민의 양식' 에만 맡겨놓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전국 휴대폰 가입 대수가 1천5백만대를 웃돌 정도로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제도가 없다는 것은 문제" 라고 지적했다.

◇ 어떻게 제한하나 = 정통부가 추진중인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금연구역' 처럼 '휴대폰 사용제한 구역' 을 지정하겠다는 것. 의료기관.여객기.공연장.도서관 등과 같이 휴대폰 전자파나 소음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한다.

다음은 소리의 규제. 버스나 식당 이곳 저곳에서 나는 "따르릉" 소리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인간이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소음' 수치인 70㏈ 정도로 제한하겠다는 것. 정통부측은 이르면 5월부터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해외사례 = 선진국의 경우 공공기관에서의 사용에 대한 '계몽' 은 있어도 한국처럼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곳은 없다.

대신 선진국은 운전중 휴대폰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미국 아이다호주는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25~3백달러의 벌금과 함께 5~90일의 구류에 처하고 있다.

특히 보험회사들은 운전중 휴대폰 사용을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행위로 보고 휴대폰 가입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반드시 통화기록을 조사한다.

만약 운전중 통화가 확인되면 보험배상금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와 호주는 도로교통법에 의해 각각 2백30프랑.1백50호주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가장 엄격한 국가는 대만으로 4천5백달러의 벌금에 최고 징역 5년형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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