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는 긴 호흡으로, 국제 제재는 계속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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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03면

보즈워스(왼쪽)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5일 북한의 잇따른 강온 공세에도 불구하고 대북 제재를 계속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북한의 최근 유화 공세와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서한을 통한 핵 위협 발언을 평가한 뒤 이 같은 한·미 공조 입장을 정리했다.

북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 한·미 대응 어떻게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단기적·단발적 대응은 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북핵 문제를 다뤄 나가기로 했다”며 “기존의 대북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한·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포괄적 패키지 안은 살려 놓으면서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와 관련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핵실험 이후 시작된 대북 제재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우라늄 농축 실험에 성공하고, 사용후 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 단계에 이르렀으며, 플루토늄의 핵무기화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북 제재 철회와 함께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어 오후에는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으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북한의 잇따른 대남 평화 공세 배경과 북한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장관은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유화 제스처가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는 우리 정부의 평가를 설명한 뒤 향후 남북 관계 운영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는 앞서 3·4일 중국을 방문, 양제츠 외교부장과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각각 만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주장과 상관없이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발사 이후 채택된 유엔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를 계속 강력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핵물질들의 무기화에 더욱 접근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선 정보사항이기에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2·13 합의에 따른 불능화 조치로 2008년 파괴된 북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이 복구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 ISIS는 미국의 위성사진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달 10일 영변 핵시설 일대를 촬영한 결과 냉각탑 시설 부근에서 어떠한 재건활동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적어도 영변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지만 북한이 발표한 것을 액면 그대로 믿을 경우 재처리 시설은 다시 가동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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