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어머니 바람…방송사마다 잇단 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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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문화가에 어머니 바람이 잔잔하게 일고 있다. 연극에서, 영화에서,가요에서 등등. 손숙 주연, 이윤택 연출의 연극 '어머니' 는 연일 매진 사례고, 박정자 주연, 임영웅 연출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에도 관객이 몰린다.

신세대그룹 god의 노래 '어머니께' 도 인기다. TV도 예외는 아니다. 고단한 시대에 몸과 마음을 기댈 곳은 역시 모정뿐일까. 한동안 맹위를 떨쳤던 트렌디 드라마 (젊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세태극)가 가라앉고 가족 드라마가 부상하면서 그 중간에 어머니가 당당하게 위치하는 상황이다. 공영성 강화를 외치는 방송사들의 분위기도 어머니 열풍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주 선보인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 (정성주 작가.안판석 연출)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에서 사환으로 일했던 필녀 (김혜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7세에 월남해 모든 것을 장남에 투자하려는 남편과 아들 4형제, 그리고 며느리들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순진하고 직설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따뜻한 이미지다.

KBS는 다음달 5일부터 아침 드라마 '은아의 뜰' 후속으로 '당신' (이덕재 작가.홍성덕 연출) 을 내보낸다. 애정.불륜 등이 주종을 아침 시간대에 한국적 어머니의 생명력을 그리겠다고 선언한 작품이다.

일제 식민지 말기인 4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한국 현대사를 따라가며 가족애란 진정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주인공은 역시 어머니 유순예 (김혜선) .보성전문학교를 나왔으면서도 경제적 능력은 전혀 없고, 또한 가정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에는 발벗고 나서는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면서도 2남4녀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어머니의 넉넉한 마음을 보여준다.더욱이 다음달 5일부터 맞불을 KBS 일일극 '사람의 집' 과 MBC 일일극 '하나뿐인 당신' 도 각각 우리시대 가족사를 다루고 있어 당분간 TV에는 여러 유형의 어머니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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