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타계한 바이올리니스트 메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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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지난 12일 베를린에서 82세로 타계한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예후디 메뉴인은 지금까지 생존해 있던 최고령의 신동 음악가로 통한다.

메뉴인은 12세때 부르노 발터 지휘의 베를린필과 바흐.베토벤.브람스의 협주곡을 연주했다. 연주회가 끝나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무대를 거쳐 연주자 대기실로 향했다. 그리고 소년 메뉴인을 끌어안고 이렇게 외쳤다.

"이제야 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겠네. " . 베를린 공연이 데뷔무대는 아니었다. 1년 5개월전 프리츠 부시 지휘의 뉴욕 심포니와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했다.

뉴욕 타임스지의 평론가 올린 다운스는 "빼어난 음악성과 감수성에 탄복했으며 특히 2악장의 아름다운 시적 분위기에 놀랐다" 고 적었다.

뉴욕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으로 태어난 그는 8세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엘가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바르톡의 무반주 소나타, 블로흐의 모음곡 제1번과 제2번 등을 초연했으며 슈만 협주곡의 진가를 세상에 알렸다. 인도 음악가 라비 샹카,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프라펠리와 듀오 음반을 냈으며, 16세때 작곡자의 지휘로 녹음한 엘가 협주곡 (EMI) 이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평화주의자로 널리 활동한 그는 작곡가 윤이상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석방 탄원에 앞장 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2차대전 중 연합군을 위해 5백회 이상 연주회를 가졌으며 47년 푸르트벵글러 지휘의 베를린필과 유대인 음악가 최초로 협연하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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