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전설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 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지난 8일 (한국시간) 전설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의 사망으로 메이저리그는 위대한 영웅을 떠나보낸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디마지오의 죽음이 더욱 서글퍼지는 것은 야구선수 디마지오를 잃은 것이 아니라 위대했던 인생의 스승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 이민2세 조지프 폴 디마지오의 인생은 오히려 예술보다 길었다. 그는 다른 어느 운동선수보다 고상하고 품위있는 성품을 지녔고 그라운드에서는 물론 장외에서도 추앙받는 인생을 꾸려나갔다.

디마지오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선수란 입에서는 씹는 담배와 술 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패싸움이나 일삼는 시정잡배로 여겨졌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구장의 외야 한가운데 등번호 5번을 새긴 디마지오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은 변하기 시작했다.

디마지오의 스윙은 날카롭지만 모가 나지 않았고 그의 수비는 우아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힘차게 때리는 (졸틴.joltin) 조' 라는 별명도 자연스럽게 붙여졌고 그가 팀을 리드하면서 양키스는 늘 정상의 팀으로 불렸다.

그의 기록 가운데 대명사로 불리는 연속 경기 안타부문에서 그는 '개인기록이 세계기록보다 뛰어난' 비밀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가 41년에 세운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반세기가 넘도록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불린다.

그러나 디마지오 자신은 불과 18세의 나이에 마이너리그 퍼시픽코스트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실스라는 팀에서 61경기 연속 안타라는 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는 41년 56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우면서 여섯번이나 마지막 타석에 몰렸다. 그러나 그는 기록중단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안타를 뽑아내 기록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전 국민의 눈과 귀는 디마지오의 안타행진에 쏠렸다.

디마지오는 좌절하지 않는 끈기와 정정당당한 승부, 견디기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고 결국 같은 시즌에 0.406의 타율을 올린 '최후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를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디마지오는 유니폼을 벗으면 단정한 정장과 뒤로 빗어넘긴 머리, 조용한 성품을 지닌 신사로 변했다. 그는 미녀와 장미, 건강한 승부를 사랑했고 낭만을 즐길 줄 아는 남자였다.

39년 그는 도로시 아널드라는 영화배우와 결혼,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그의 첫번째 결혼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다. 디마지오는 54년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와 결혼, 지구촌 전체를 놀라게 했다.

먼로와의 결혼은 1년이 채 못가 깨졌지만 그는 먼로의 죽음 이후 '가장 먼로를 사랑했던 남편' 으로 불렸다. 디마지오는 음유시인 폴 사이먼의 '미세스 로빈슨' 이란 노래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에 등장할 만큼 전 국민의 대중적인 우상이기도 했다.

'미세스 로빈슨' 은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했던 '졸업' 이란 영화의 주제가로 쓰여 세인들의 뇌리에 디마지오를 남게 했다. 그 노래의 일부분. "조 디마지오, 당신은 어디 갔습니까?" "외로운 조국이 당신에게 시선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 그는 인생을 '마감' 한 것이 아니다. 단지 '졸업' 했을 뿐이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