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인질' 범행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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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과연 금품이 아닌 보물을 노린 단순 범행일까. " 8일 검거된 롯데그룹 신격호 (辛格浩) 회장 부친 유해 도굴사건 주범 정금용 (鄭金溶) 씨가 "묘지안에 보물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했다" 고 진술함에 따라 그 배경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鄭씨는 경찰에서 "최근 밭떼기 채소장사를 하다 4천만원의 빚을 져 평소 효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辛회장 부친 묘소에 금은보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묘지를 팠으나 금은보화가 없어 금품을 노리기로 하고 시신의 유골을 훔쳤다" 고 진술했다.

그러나 鄭씨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왜 수많은 돈많은 기업인 가운데 辛회장을 택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은 아무리 대기업 회장 부친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무덤안에 금은보화가 있다고 믿었다는 게 상식밖인 데다 소문의 근거지도 분명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은보화가 없다고 해서 굳이 시신까지 훼손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들이 제3의 인물의 사주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근거로 鄭씨의 과거 행적에 주목하고 있다.

鄭씨는 17세때 절도와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된 뒤 8년6개월간 수감 생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辛회장에 원한을 품은 제3의 인물이 각종 범죄사정에 밝은 鄭씨에게 범행을 제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궁중이다.

또 범행모의 시점도 석연치 않다.

책을 사서 읽자마자 반나절만에 현장에 갈 수 있었는지 납득이 잘 안가는 대목이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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