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처음약속 리마인드 웨딩으로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결혼 8주년을 맞은 한관희·박영하 부부는 7월 리마인드 웨딩을 올렸다. 결혼식 때 웨딩촬영을 못한 한씨 부부는 리마인드 웨딩으로 어엿한 웨딩앨범을 갖게 됐다. 촬영에는 두 자녀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오브제스튜디오 제공]

“힘들 땐 처음 약속을 떠올려보세요.”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부부의 연을 맺던 그날의 눈부신 추억, 사랑의 맹세가 빛을 바래간다. 어찌 보면 인지상정. 그렇다고 너무 애석해할 필요는 없다. 다시금 초심을 떠올리도록 만들면 된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리마인드 웨딩’(부부가 결혼식이나 결혼 이벤트를 다시 한번 치르는 것)을 즐기는 부부가 늘고 있다.

최근의 리마인드 웨딩은 금혼식(결혼 50주년)·은혼식(결혼 25주년) 기념, 혹은 일부 연예인 부부가 호화판 이국적 웨딩을 치르는 것과는 다르다. 평범한 중년부부나 신세대 부부가 알뜰하게 이벤트로 즐기는 게 대세다.

◆효도 선물, 부부 성장앨범으로 인기=리마인드 웨딩에 대한 관심은 20~30대 젊은 층에서 높다. 부모님의 해로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자녀들이 효도 선물로 리마인드 웨딩을 준비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스튜디오 사진과 비디오 촬영 등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지만 부모님들은 달랑 사진 한 장만 남았거나 아예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웨딩컨설팅업체 더 웨딩(천안시 성정동) 김현연(36·여) 이사는 “많은 부모님들이 ‘낯간지럽다’ ‘비싸다’는 이유로 사양하지만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웨딩 촬영 땐 첫 결혼식의 감회와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며 어머니들이 흡족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젊음과 추억을 되찾아 주는 싶은 자녀들이 주로 리마인드 웨딩을 의뢰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부부들의 리마인드 웨딩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거창한 식을 다시 치르지 않더라도 가족사진을 겸한 기념사진으로 ‘부부 성장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세월의 흔적처럼 주름이 늘고 점차 변해가는 부부의 모습을 남기면서 해마다 결혼 첫 해의 다짐을 되새기겠다는 의미다.

◆간소하지만 의미 있게=리마인드 웨딩엔 딱히 정해진 틀이 없다. 결혼식과 차이점이 있다면 허례허식을 모두 뺀다는 점이다. 예식을 하더라도 하객은 가족과 친지 50명 내외다. 피로연 행사 땐 축의금을 받지 않고 일반 예식과 달리 2~3시간 정도 여유롭게 피로연을 즐긴다. 예식장소도 레스토랑이나 카페·뷔페 등이고 주말보다는 평일 저녁 6~8시, 여름 비수기나 겨울 비수기에 치르는 게 좋다. 거창한 행사 대신 가족사진을 겸하면서 간소하게 식을 진행하는 것도 인기다. 주례사 대신 자녀의 마음이 담긴 편지, 예물반지는 대신 작은 반지가 의미를 더한다.

아예 비싼 예식 과정을 생략하는 부부도 많다. 웨딩 촬영이나 리마인드 허니문 상품만 이용하는 경우다. 특히 웨딩 사진은 중년, 신세대 모두에게 인기 있는 리마인드 웨딩 품목. 순백의 드레스는 모든 여성들의 영원한 로망이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특색 있고 다양한 사진 기록을 남기는 등 부부만의 인상 깊은 이벤트로 적격이다. 웨딩업체에 의뢰하면 헤어·메이크업·스튜디어 촬영 등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자녀들과 함께한 웨딩 사진으로 감동은 두 배=웨딩 사진을 저렴하게 찍을 순 없을까. 예비 부부의 스튜디오 촬영 때 그들의 부모님들에게 턱시도와 드레스를 무료로 대여하는 이색 이벤트를 제공하는 웨딩 전문 스튜디오도 있다. 사진 10여 장을 찍고 앨범을 만든 후 10~20만원의 액자 값만 받는다.

지난 달 리마인드 웨딩을 올린 박영하(29·여·천안시 목천읍)씨는 “결혼 8주년을 맞아 가족과 뜻 깊은 이벤트를 하고 싶어 고민 끝에 리마인드 웨딩을 선택했다”며 “웨딩 촬영을 못하고 결혼식만 올려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부부만이 아니라 아들 딸의 의젓한 모습도 담을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의 남편 한관희(32)씨는 “결혼식 외엔 드레스를 입을 기회가 없어서인지 아내가 정말 좋아했다”고 전했다.

웨딩 사진은 ‘가족 이벤트’ 개념이다. 부부뿐만 아니라 성년이 된 자녀들이 각각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부자·모녀·가족 모두의 사진으로 추억을 담는다.

조민재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