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선 음봉산동사회복지관장 “복지관은 지역주민 위해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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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했던 이현선(45·사진) 음봉산동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이 관장이 아산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립된 지 1년 밖에 안 된 신설복지관이었던 음봉산동종합사회복지관의 법인(중부재단)측에서 그에게 자문 요청을 해왔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두 번 직원교육을 위해 아산을 오갔다. 그 사이 직원들 사이에선 ‘사회복지관 운영경험이 풍부한 이 복지사가 관장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마침 전임 관장이 경험부족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자연스레 제의를 받았고 선뜻 허락했다.

이 관장은 “법인(중부재단)의 복지사업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확고했고 재정적 지원도 안정됐다”며 당시 관장직을 수락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재단으로부터 연간 2억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음봉산동종합사회복지관은 충청지역에서 사회복지사업의 새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시설 좋은 복지관 이용률 낮아 아쉬워=지난해 4월 취임한 이 관장은 취임 직후 인력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에 9명의 직원들이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복지관을 꾸려나가기엔 부족했다. 9명의 직원 중 일부가 계약직으로 근무여건이나 환경, 태도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 업무의 정체성을 되찾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족한 인력을 확충해 인력을 13명까지 늘렸다. 이 관장은 “직원들의 대한 처우도 최고는 아니더라도 적정수준은 되도록 노력했다”며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열의도 높아져 복지관운영이 자연스레 활력을 띄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 관장의 운영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주민들의 복지관 이용의 접근성문제가 눈에 들어온 이 관장은 운영시간 확대와 셔틀버스 운행 횟수를 늘려 지역주민들의 끌어들였다. 이전에는 관공서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됐지만 주민들을 사정을 고려해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연 뒤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했다. 주말에도 오후 4시까지로 운영시간을 확대했다. 복지관에 대한 홍보방안으로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예전에도 소식지가 있었지만 배포되는 곳이 다른 지역의 복지기관과 시청·법인·기관 등으로 제한됐다.

이 관장은 “당장 지역에서도 우리 복지관의 존재감이 없는데 왜 다른 복지관에게 소식지가 뿌려지는 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지를 주민들이 직접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내용도 바꾸고 인근 아파트에도 비치했다. 처음 1000부 찍어내던 복지관 소식지는 현재는 8000부로 늘어나 복지관 알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복지관의 하루 이용 인원은 300여 명으로 이용률이 늘었지만 농업을 주 경제기반으로 하는 주민들은 아직도 복지관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이 관장은 “셔틀버스가 마을마다 못 들어가고 큰 도로와 아파트 중심으로 운행하다 보니 아산 곳곳까지 복지관을 홍보하기 힘들다”며 “아웃 리치 서비스를 더 많은 곳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 아쉽다”고 말했다. 복지관이 이름이 음봉산동종합사회복지관이라고 해서 음봉면에 살고 산동리에 사는 주민들만을 위한 기관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명칭만 보고 ‘우리는 거기 가면 안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깨고 하루 이용객 500명을 목표로 좀 더 질 높은 서비스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복지관으로 거듭나고 싶은 게 이 관장이 아산에 내려온 이유다.

◆지역사회의 이해를 기반으로=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제법 규모가 큰 사회복지관을 돌며 근무한 이 관장은 사회복지 전문가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외부인력에 대해 경계하는 시각을 허무는 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자신의 모습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 관장은 지역사회가 찾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냈다. “복지관 인근 한 아파트는 1800세대가 대부분 저소득계층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많았다”고 운을 뗀 그는 방과후 아이들을 돌봐줄 손길이 절실한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이용 인원이 2배인 40명으로 복지관에서의 수용수준을 넘은 인원이 방과후 교실을 택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줄 아동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통해 2000만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제안서를 내고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게 이 관장의 장기였지만 지역에서 아동센터의 터를 구하는 건 그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이 문제는 지역사회가 풀 문제라고 생각해 운영위원회에 지역 아동센터설립문제를 내놓았죠. 그랬더니 면장, 전임 시의회 의장, 경찰서장 등 지역시민들이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줬다”라고 말한 이 관장은 그 덕분에 초원지역 아동센터가 설립됐다고 했다.

“지역사회복지관은 주민의 욕구와 기대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강의하면서 막상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라고 말한 이 관장은 “지역아동센터가 무상임대로 터를 꾸릴 수 있도록 도와준 지역사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장은 “법인(중부재단)의 역할, 복지관의 역할 외에도 주민들의 역할을 인지시키고 주위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면서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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