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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금융상품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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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구의동에 사는 박모(36)씨는 최근 초등학교 3년인 아들의 교육을 위해 국민은행의 '캥거루 가족사랑 외화예금'에 가입했다. 빠듯한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매달 20만원(약 200달러)씩 투자하는 게 쉽지 않지만 박씨는 자녀의 외국 유학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박씨는 "자녀를 해외 유학시키고 싶지만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었다"며 "해외 유학 자금 마련과 유학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해 이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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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관련 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녀 유학 준비를 위한 외화예금부터 '왕따'(집단 따돌림)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까지 등장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펀드도 다양하게 팔리고 있다.

저출산율로 인해 자녀가 많지 않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베풀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자녀에 대한 조기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모 사이에 확산하고 있는 점을 파고든 금융상품들이다.

우리은행의 어린이용 저축예금 상품인 '우리사랑 가득찬 통장'의 적립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82억원(1만426계좌)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에는 1343억원(19만6720계좌)으로 1년 만에 7배가량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자녀의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부모들을 위해 내놓은 '캥거루 가족사랑 외화 예금'은 출시 한 달 만에 17만9000달러가량이 몰렸다.

제일은행은 '자녀사랑통장'가입자에게 사고위험에 대비한 보험 가입은 물론 부모의 사교육 지원 서비스까지 해주고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교육채널이 있는 스카이 라이프 방송에 무료 가입시켜 주고 3개월간 시청료를 면제해 준다. 또 어린이경제신문 구독료를 50% 할인해 준다.

어린이 관련 생명보험 상품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어린이보험 상품의 초회 보험료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1015억75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700억8600만원보다 45%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어린이보험의 전체 수입보험료는 48조7527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1572억원)보다 5.6% 증가했다.

교통사고 등 각종 재해 보장과 백혈병.암 등 어린이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보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는 상품도 등장했다. 태아에 대한 보장과 유괴 납치시 상해에 대한 보장,'왕따'등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장까지 제공하는 상품도 나왔다.

어린이 펀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농협CA투신운용이 지난 2일 '농협CA 아이사랑 적립 주식투자신탁 1호'를 내놓았다. 신영증권의 '주니어 경제박사 펀드', 미래에셋의 '우리아이 3억 만들기 펀드', 대한투자증권의 'i-사랑 적립식펀드', 대우증권의 '자녀 사랑 메신저', 교보증권의 '교보 에듀케어 학자금 펀드', 현대증권의 '사과나무 통장' 등 다양한 어린이 펀드가 나와 있다.

이들 펀드는 경제 교육이나 보험 혜택 등 어린이를 위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펀드는 장기간 가입할 경우 은행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며, 1500만원(적립식 포함)까지 증여세가 면세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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