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으로 ‘과속’ … 중국 정부서 제동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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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달도 차면 기운다. 요즘 중국 증시를 보면 딱 그렇다. 올 들어 세계 주가 상승세를 선도했던 중국 주가는 지난달에만 21.8% 하락했다. 기업 실적의 뒷받침 없이 ‘돈의 힘’으로 오른 주가를 되돌리는 과정이다. 롤러코스터 장세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지만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낫다. 때마침 ‘미국 훈풍’이 불고 있어 우리 증시가 받는 충격도 좀 덜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왜 출렁이나=증시를 끌어올린 것도, 최근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도 중국 정부다. 정부의 독려 아래 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고, 이 덕분에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탔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과속’ 걱정도 커졌다. 해외 투자자들이 먼저 움츠리기 시작했고, 거품이 계속 확산될 경우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중국 당국이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돈이 풀리는 통로를 죄는 것이었다. 8월 31일 상하이 증시가 6.7% 급락한 것도 그 영향이다. 8월 은행 대출이 3000억 위안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결정타였다. 한화증권 조용찬 중국담당 수석연구원은 “월 대출액 3000억 위안은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8%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하한선으로 인식돼 왔다”며 “성장 속도를 잠깐 늦추더라도 대출과 증시·부동산 등 ‘3대 과열’을 해소하고 넘어가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확인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하락에도 중국 당국은 고삐를 늦추기는커녕 더 조였다. 지난달 은행이 자기자본을 더 쌓도록 요구했고, 시멘트·철강 등의 과잉생산을 통제하겠다는 발표까지 내놨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시장 안정책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가 냉정한 태도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대출이 줄어들자 당장 돈이 필요한 중국 기업들은 앞다퉈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신규 상장 예정 기업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중국 증시는 당분간 물량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날개 없는 추락’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조용찬 연구원은 “증시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출렁임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번 조정으로 거품이 상당히 제거되고 있는 만큼 향후 바닥을 다지고 상승 추세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회복세에 충격 덜어=지난달 이후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와중에도 우리 증시는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의 ‘차이나 쇼크’를 딛고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쌍두마차’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중국과의 이 같은 ‘비동조화(디커플링)’를 가능케 한 것은 ‘미국발 훈풍’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바닥에 이른 미국의 소비가 반등하면서 중국발 충격을 흡수하는 양상”이라며 “선진국 소비 회복의 수혜를 받는 정보기술(IT)·자동차가 향후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펀드 가입자들도 미리 겁먹고 발을 뺄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중국 증시의 장기 상승 추세는 아직 살아 있다” 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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