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 巨石문화보존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민족은 돌과 인연이 깊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그 대부분이 바위산이라 돌이 풍부하다.

그래서 미술도 돌을 소재로 한 석조미술이 발달했다.

단단한 화강석을 마치 밀가루 반죽 다루듯 쪼아 만든 석탑.석불.부도 (浮屠).석등.비석 등은 한국 미술의 정수 (精髓) 를 이루고 있다.

한민족의 돌에 대한 사랑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인돌.선돌.석상 (石像) 등 거석기념물은 한반도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많은 고인돌은 남한에 2만5천기 (基) , 북한에 1만기나 있다.

세계의 고인돌 숫자가 7만~8만기라고 하니 전세계 고인돌의 절반 가까이가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니까 한반도는 고대 동북아 거석문화권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신석기시대말부터 초기 철기시대까지 유행한 돌무덤인 고인돌은 북유럽에서 시작해 서유럽과 영국.중유럽.이베리아반도.북아프리카.중동에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아시아에선 인도.자바로부터 중국의 화중지방과 해안지방을 거쳐 한반도와 일본 규슈 (九州) 로 이어진다.

한반도 고인돌은 시베리아에서 전래된 돌무덤이 서북부에서 고인돌로 확대.발전한 것으로 고고학계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북방식.남방식.개석 (蓋石) 식 세 가지로 구분된다.

주로 한강 이북에 분포하는 북방식은 4개의 판석 (板石) 으로 석실을 구성하고 받침돌 (지석) 위에 거대한 뚜껑돌 (개석) 을 덮었는데, 석실이 지상에 노출돼 있다.

이에 비해 남방식은 석실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바둑판처럼 보인다.

남방식의 변형인 개석식은 받침돌 없이 뚜껑돌이 석실을 직접 덮고 있다.

강화도 하점면 부근리의 '키다리 고인돌' 은 대표적 북방식으로 뚜껑돌 무게가 50t이 넘는 남한 최대의 고인돌이다.

그동안 고인돌 보존을 위한 대책은 크게 미흡했다.

댐 건설로 수몰되거나 도로나 공단 건설, 그리고 농지개간으로 파괴되고 원형을 훼손당했다.

지난 30년 동안 무려 4만여개 고인돌이 파괴.훼손된 것으로 조사돼 있다.

그 중엔 전방에서 탱크 저지선 공사에 고인돌이 사용된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지난 97년 우리나라 고인돌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운동이 시작된 데 이어 최근 국회에서 '거석문화보존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이같은 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날이 훼손돼가는 귀중한 선사유적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