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수 우용각씨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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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4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7년 만에 석방됐을 때 세계인들은 그의 구금기간에 모두 놀랐다.

그러나 현역 '세계 최장기수' 로 40년7개월 만에 창살 인생을 마감하는 禹용각 (71.대전교도소) 씨는 만델라의 기록을 이미 14년 전 돌파했다.

평북영변 출신의 禹씨는 58년 7월 동료간첩 7명과 함께 울릉도 서북쪽 해상에서 경찰함정에 의해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동료들 중 수사당국에 협조를 약속한 4명은 기소가 보류됐고 나머지는 옥사했거나 이미 출소, 혼자만 남은 상태.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를 3학년까지 마친 엘리트로 통하는 그는 남파 직전 결혼해 북한에 노모와 아내, 두살배기 아들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 (민가협) 등 인권단체들이 禹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88년 무렵. 남한에 연고가 없어 모두에게 잊혀진 존재였던 禹씨는 당시 빨치산 출신 미전향 장기수에 대한 정치.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국내 인권단체는 물론 국제 앰네스티도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에 그의 석방을 요구해 왔다.

1m60㎝ 정도의 단신인 그는 대전교도소 특별사동의 0.75평 독방에서 그의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최근에는 인권단체 등을 통해 각종 책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30년 넘게 그의 방에는 신.구약성서와 불교경전 등 세 권의 책만이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禹씨는 군사정권 시절의 고문 후유증과 오랜 수형생활로 몇해 전엔 중풍으로 인한 언어마비 증세를 보였으며 지금은 당뇨병과 간경화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는 외부인과 공식적인 면회나 서신왕래조차 하지 못했다.

다만 문민정부가 출범한 93년부터 민가협 후원회원들이 명절에 면회를 가고 있으며 몇몇 지인과 가끔씩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한다.

석방되는 禹씨가 40년이란 세월의 벽을 넘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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