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의 전통회화그룹 '동연사'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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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단 한차례의 전시회도 갖지 못했지만 이후 화단에 미친 영향때문에 결성 자체로 우리 미술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체가 있다. 바로 1923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회화 그룹인 동연사 (同硏社) 다.

소정 (小亭) 변관식 (卞寬植).청전 (靑田) 이상범 (李象範).심산 (心汕) 노수현 (盧壽鉉).묵로 (墨鷺) 이용우 (李用雨) 등 4인이 결성한 이 모임은 이후 한국화를 이끌어갈 신진 주자들의 실체를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지난 12일부터 호암갤러리 (02 - 771 - 2381)에서 열리고 있는 '소정과 금강산' 전에서 '소정과 동연사' 라는 독립 코너를 마련, 재조명의 기회를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삼성미술관은 소정의 '수유정 (水幽亭)' '계산춘제 (溪山春霽)' '조춘 (早春)' 을 비롯, 동연사 동인의 20~40년대 작품 각 3점씩을 비교전시하고 있다.

최광진 학예연구원은 "동연사는 단순한 테크닉에 의한 관념적 산수를 탈피해 실경 (實景) 을 통해 작가의 개성과 철학을 보여주게 된 모태" 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활동하던 1900년대 초반의 화단은 중국화를 답습한 전통화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 최초의 미술교육기관 서화미술회는 1기생 묵로를 비롯, 이들 모두가 속해 있었으나 중국 회화 교본을 따라 그리는 식의 교육으로 누구의 그림인지 구별이 어려운 엇비슷한 그림을 양산해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화의 위기' 를 느끼고 '시대정신이 살아 있는 한국화의 정립' 을 모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번에 소개된 청전의 '산수' '초동' '모운' 은 소정의 힘차고 남성적인 필치와 자주 비교되는 서정성을 잘 보여준다. 평범한 산과 들에 따뜻한 정감을 불어넣는 기법이다. 9세의 나이에 붓을 잡기 시작한 묵로는 '점우청소' '시골풍경' 등에서 활달한 필치와 감각적 화풍을, 심산은 3폭의 '산수도' 에서 섬세한 묘사력을 드러낸다. 4월11일까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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