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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창업]사촌.부부함께 요리 보온배달업 차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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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일 오전 11시 서울강남구수서동 로즈데일 오피스텔 1505호. 회사 유니폼인 개량한복을 입은 세 남자가 쉴새없이 체인점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땀방울을 훔쳐낸다.

창업 반년 만에 20여개의 체인점을 거느린 ㈜온고을. 한식 생요리를 보온박스로 배달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촌들이 똘똘뭉쳐 일궈낸 가족기업이다.

서울 본사에서 사장 유광영 (柳光永.38) 씨는 기획.마케팅, 사촌동생 민영 (珉永.37) 씨는 영업관리, 외사촌동생 김성재 (金成宰.27) 씨는 체인점 관리를, 전주 직영점에서 사촌형 방영 (坊永.40) 씨는 음식개발, 아내 김숙중 (金淑中.32) 씨는 요리재료 유통을 각각 맡았다.

실직의 아픔을 서로 감싸주며 각자가 가진 능력을 모으자고 처음 의기투합한 것은 광영씨와 사촌형 방영씨. 광영씨는 경기불황으로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 4년동안 운영하던 컨설팅회사를 97년 9월 폐업한 뒤 몇가지 사업아이템을 갖고 사촌형을 찾았다.

옷가게.신발가게 등 10년 경험의 '장사꾼' 인 사촌형 방영씨도 안전용품판매점이 적자에 허덕여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던 참이었다.

기존 도시락의 단점이 식은 밥과 매일 먹기에는 싫증나는 반찬이라는 데 착안, 광영씨가 한식요리를 재료상태로 배달하는 체인사업을 제안했다.

"찌개.덮밥.주물럭.전골.볶음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메뉴로 매일 다른 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하자. " "밥이 금방 식지 않도록 배달박스를 보온용기로 만들자…. " 머리를 맞대니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그러나 맛이 문제였다.

전주시내에서 맛으로 유명한 음식점 40여곳을 찾아다니며 요리를 담아와 연구했다.

육수와 양념장은 특별히 실험일지까지 만들었고 맛 비결을 얻느라 주방장들과 마신 술만 해도 3천만원이 넘었을 정도. 1년여 준비끝에 지난해 9월 전주시완산구중화산동에 문을 연 직영점은 한달 만에 매출 1천여만원을 넘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보온박스에 배달된 따뜻한 밥, 원하는 시간에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한끼 3천원의 최저가, 한달 단위 메뉴관리 등의 틈새 공략 덕분에 기존 도시락에 싫증을 느낀 학교.공장.아파트단지 등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수원.춘천 등에 체인점을 열기 시작했다.

손이 달리자 최근 사직한 제약회사 영업관리 11년 경력의 사촌동생에게 영업관리를 맡겼고, 대졸 실업자인 외사촌 동생도 끌어들여 체인점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일을 맡겼다.

"1천5백만원이면 체인점을 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직한 부부에게 최우선권을 줍니다. " 온고을 식구들은 자신들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직자의 재기도 돕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쳤다.

02 - 3413 - 3651.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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