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2.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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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렁에서는 발을 뺐지만, 올라선 곳은 여전히 살얼음판 - .' 국민의 정부 1년간, 나라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는 2백만명에 육박하고 그나마 일자리를 가진 사람도 소득이 줄어드는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는 몇가지 중요한 성과를 얻었고 이제 회생의 전기는 마련된 게 아니냐는 희망을 되찾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외환보유액의 확충과 이에 따른 대외신인도 회복이다.

주요 경제지표들도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달러당 2천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은 1천1백원대까지 떨어졌고 30%를 넘었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8%대로 오히려 외환위기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급락하던 산업생산도 지난해 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 (IMF) 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2%이상의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발등에 불' 이었던 외환위기를 단기외채 만기연장 협상과 외평채 발행 등을 통해 봉합한 정부는 가장 먼저 붕괴된 금융시스템의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모두 4백10개 금융기관 중 은행 5개, 종금사 16개, 리스사 10개, 보험사 4개, 증권사 4개 등 91개가 문을 닫았고 은행 9개가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4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금융에 이어 기업구조조정에도 착수, 5대 그룹 20개사를 포함한 55개 기업을 퇴출시켰다.

또 5대 그룹 7개 업종에 대해 과잉.중복투자 해소를 명분으로 한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이 이뤄졌고, 6~64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워크아웃도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채 및 상호보증 축소 등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앞으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빅딜로 당초 기업자율과 '윈 - 윈' 원칙 아래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원칙은 실종된 채 정부와 정치권 주도로 겨우 협상이 타결됐다.

그 결과 과잉설비와 인력감축이란 당초 목적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됐다.

안국신 중앙대 교수는 "경제개혁에 정치논리가 개입할 경우 개혁이 안되고 오히려 구조가 왜곡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 이라며 "그러나 국민의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정부 1년의 노력과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앞으로" 라고 입을 모은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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