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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한 적 없는 중국…미얀마 피란민 처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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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윈난(雲南)성 난산(南山)시에 있는 임시 미얀마 난민 수용소. 미얀마 동북부 지역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소수민족 코캉족 무장반군의 교전으로 살곳을 잃고 중국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3만7000여 명에 이른다. [난산 AP=연합뉴스]


중국이 미얀마 난민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대부분 미얀마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 간 교전을 피해 중국 국경을 넘은 난민들로 3만 명이 넘는다. 교전이 정부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상당수 난민은 귀향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난민을 인정한 전례나 난민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 중국 정부의 향후 조치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에 뿌리 가진 난민들=AP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미얀마 동북부에서 계속된 정부군과 소수민족 코캉족 무장반군과의 교전으로 31일 현재 3만7000여 명의 미얀마 난민이 중국 윈난(雲南)성 난산(南山)시 부근으로 밀려들었다. 윈난성 당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국경지역 7곳에 난민캠프를 설치하고 이들을 수용했다. 현재 난민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매일 8위안(약 1460원)과 쌀 2㎏, 약간의 기본 의약품을 제공받고 있다.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달 30일 “이번 전투에서 정부군과 경찰 26명이 사망했고 47명이 부상했으며 반군도 최소한 8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군정 당국은 국영TV 뉴스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끝났고 코캉 지구가 평온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투에서 패한 반군 수백 명은 30~31일 중국으로 넘어와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난산 시내 모든 호텔과 여관의 방이 매진됐다. 윈난성 공안당국은 경찰병력 수천 명을 동원해 난산 시내로 들어오는 모든 난민을 통제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 군사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아웅산 수치 여사를 다시 가택연금하고, 자국 내 135개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권 확보를 위해 코캉족 반군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중국의 고민=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난민들에게 교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귀향을 종용하고 있다. 윈난성 공안당국 관계자는 31일 “최근 이틀 사이 많은 난민이 미얀마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난민이 중국 현지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는 게 코캉족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미얀마와 중국 윈난성 접경 지역에 살고 있는 코캉족 대부분이 중국 한족이나 소수민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난민들을 돌려보내려는 것은 미얀마 군사정부와의 우호관계 때문이다. 중국은 미얀마와 지금까지 수십 건의 경제협력 안을 체결하고 매년 수억 달러의 경제원조까지 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잡지 버마 이코노믹 리뷰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교역을 하고 있다. 중국에 미얀마는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또 미얀마가 보유하고 있는 석유 등 수많은 자원 확보를 위해 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百度)에는 최근 ‘윈난 포럼’ 사이트가 개설돼 난민 소식과 함께 다양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중국에 뿌리가 있는 난민들은 인도적 차원에서 모두 중국 체류를 허용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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