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 생산 ‘금융위기 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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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공업 생산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비로는 올 1월 이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월(1년 전)과 비교해선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감소하다가 이번에 반등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7% 늘었다. 반도체(17.1%)와 자동차(17%) 생산이 큰 폭으로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과 비교해도 2.0% 늘어났다. 지표상으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도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공식 선언했다.

생산이 늘면서 제조업의 평균가동률도 78.7%까지 올라갔다. 통계청 윤명준 산업동향과장은 “정상적인 시기의 평균가동률 80%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출하는 1년 전보다 약간(-1.4%)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상반기에 비하면 확 줄었다.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92.5%)까지 떨어졌던 출하 대비 재고의 비율(재고율)도 한 달 전보다 소폭 증가한 92.7%를 기록했다. 주문이 늘 것에 대비해 기업들이 서서히 물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위원은 “수출과 출하가 균형을 이루며 생산 회복을 이끄는 모습”이라며 “정부 주도의 경기회복 정책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9포인트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향후 6~9개월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전달보다 2.1%포인트 올라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윤명준 과장은 “동행지수가 전월비 2분기 연속 상승하면 국면이 바뀐 것이어서 바닥을 쳤다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4~6월 전월비로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7월에 11.6% 감소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2%나 줄었다. 기업들이 여전히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공사 발주를 1년 전보다 111.7%나 늘렸고, 진행 중인 공사 집행을 22.3% 확대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소비도 불안하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7월 소비재판매는 1년 전보다 1.9% 늘었지만 전달보다는 1.6%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에 대한 세제지원 가운데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주던 혜택이 6월로 종료된 영향을 받았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지금의 회복 속도는 외환위기 직후의 ‘V자형’과 비슷해 보이지만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회복세를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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