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흑돌에 필승 비밀 숨어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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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흑번필승 (黑番必勝) 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5집반의 덤이 문제란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3년의 국내 타이틀전 추이를 살펴보자. 96년도에 64번의 타이틀전 중에서 흑은 34승, 백은 30승이었다. 97년도에도 똑같이 64국을 두어 흑은 34승, 백은 30승. 반드시 흑이 유리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98년도에 접어들면서 흑의 우세가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총 50국의 타이틀전에서 흑이 31승, 백이 19승을 거두어 흑의 승률이 60%를 넘어선 것이다. 덤을 이미 6집반으로 바꾼 LG배 결승전은 오히려 흑의 승률이 75%나 됐다. 그래도 이정도라면 보수적인 바둑계가 쉽사리 움직일리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흑번필승 행렬이 끝날줄 모르고 이어지자 드디어 프로들조차 "덤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며 이의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표에서 보듯 지난해 11월11일 배달왕전 도전기 첫판에서 유창혁9단이 이창호9단에게 흑으로 불계승한 것이 신호였다. 배달왕전은 5국 모두 흑의 승리. 새해 들어 기성전에서 백이 한판 건져 흑번필승 행렬은 일시 멈췄으나 삼성화재배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5국 모두 흑이 이기는 흑번필승이 다시 이어졌다.

이리하여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흑11승에 백1승. 흑의 승률이 90%를 넘어섰다.

왜 갑자기 흑의 승률이 크게 높아진 것일까. 프로들은 미지의 영역이던 바둑판 '중앙' 에 대해 연구가 깊어지고 점점 가시권으로 들어오면서 선착의 효과도 더불어 높아지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사실 덤은 4집반, 5집, 5집반으로 늘어왔다.

하지만 이제 다시 5집반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있다. 덤이 8집이나 되는 應씨배 결승에서도 총13국중 흑이 7승, 백이 6승을 거두고 있으니 할말이 없다. 제한시간이 3시간밖에 안되는 세계대회의 경우 흑이 더욱 유리하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6집반 또는 7집반으로 바뀔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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