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이창호9단 세계대회 3연속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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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창호9단이 중국의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을 3대2로 격파하고 제3회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의 패권을 차지했다.

이9단은 8일 을지로1가 삼성화재 본사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이대회 결승최종국에서 종반전에 접어들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아슬아슬한 승부끝에 236수만에 두집반을 이겼다.

이로써 이9단은 세계대회 3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세계바둑계의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또한 프로 데뷔이래 세계대회 결승전에 8번 진출하여 8번 모두 우승함으로써 결승전 1백% 승리라는 불패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삼성화재배 결승5번승부는 흑을 쥔 쪽이 모두 이기는 흑번필승 (黑番必勝) 이 이어져 4국까지는 2승2패로 팽팽했다.

최종국인 이날의 제5국에서 두사람은 다시 돌을 가렸는데 여기서 이9단이 흑을 잡게 됐고 이것이 정신적으로 기선을 잡는 계기가 됐다.

이9단은 초반부터 신수를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나갔고 하변에선 대사석전법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적수 마샤오춘9단은 우변 흑진에 깊숙이 파고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아 중반까지는 팽팽한 구도가 이어졌다.

이무렵 중앙에서 이9단의 비범한 한수가 등장했는데 이로써 승부의 저울추는 흑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결승전의 부담감 탓인지 완벽한 끝내기를 자랑하는 이9단도 이날만은 실수를 거듭 범해 피가 마르는 종반전이 이어졌다.

우승한 이9단은 2억원의 우승상금과 2천5백만원 상당의 부상이 주어진다.

[기보 해설]

13이 李9단의 신수. 馬9단이 연구해온 변칙수법으로 국세를 리드하려 하자 李9단도 과감하게 모험을 걸었다.

34로 끊어 두고 36으로 포위한 馬9단의 강수가 예리했다.

李9단은 이 위기를 5점을 죽이는 사석전법으로 벗어난 뒤 차분히 기회를 보며 승부를 장기전으로 이끌고 나갔다.

馬9단도 66으로 파고들어 우변 흑집을 깨뜨리고 계속해 좌상 백집을 크게 키우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84가 실수. 135에 먼저 두어야했다.

85가 호착이며 이어 97이 이창호 특유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명점이었다.

이 때를 고비로 국면은 완연히 흑쪽으로 기울었으나 흑쪽에서도 초읽기에 몰린 나머지 129라는 과수를 두었고 형세는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146으로 147에 잡았으면 흑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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