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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요르단 후세인국왕 사후대비 긴급회의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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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후세인 (63) 요르단 국왕이 사실상 사망한 가운데 주변국들과 서방 국가들은 그의 공백이 중동 정세 및 중동평화협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후세인 국왕의 사후문제를 논의키 위한 긴급 회의가 소집됐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병력이 왕궁 주변에 배치됐다.

◇ 서방 반응 = 미국은 요르단이 곧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내심 우려하는 모습이다.

후계자인 압둘라 왕세자가 부친 후세인 국왕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미국 관리들은 압둘라 왕세자를 '잘 알려진 사람' 으로 평가하고 "요르단의 안정과 중동평화 절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관은 "후세인 국왕이 요르단과 중동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며 그의 공백을 걱정했다.

AFP통신은 5일 "미국은 후세인 국왕이 사망할 경우 중동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를 잃게 될 것" 이라고 보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후세인 국왕을 "강력한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동평화 절차의 좋은 친구였다" 고 칭송했다.

요르단 국왕의 오랜 친구인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5일 후세인 국왕이 의학적으로 사망상태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을 표명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TF1 방송에 나와 "이 소식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랄 뿐" 이라고 말한 뒤 "후세인 국왕이 중동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고 치하했다.

◇ 주변국 반응 = 주변국가들은 '포스트 후세인' 시대의 중동정국 향방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동평화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진데다 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팔레스타인 등 주요국들이 후계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겪고 있어 요르단 정정의 불안이 중동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요르단의 권력이양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확신하면서도 내심 요르단과의 오랜 안정적 관계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비브 부신스키 총리실 대변인은 서둘러 "압둘라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는데 대해 우려감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면서 안정적 왕위 승계를 지원하고 나섰다.

총리실은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아리엘 샤론 외무장관이 예정대로 7일 요르단을 방문, 압둘라 왕세자를 만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요르단 현지 표정]

요르단 국내에서는 사실상 사망한 후세인 국왕에 대한 추모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정국 불안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각료들은 장례 및 후계절차를 논의키 위해 긴급회의를 가졌으며 장례식은 81년 사다트 이집트대통령의 장례식 이후 아랍권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군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시민들의 시위나 극렬 테러리스트 등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계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주축인 요르단 군부의 동향에 주목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요르단 국민들은 5일 후세인 국왕이 있는 군병원 근처에 운집, 비를 맞으며 울부짖었다.

정정 불안에 대한 우려로 디나르화는 이날 정오 무렵 동예루살렘 시내 환전소에서 전날의 5.70 이스라엘 셰켈보다 10% 이상 떨어진 5.00 이스라엘 셰켈에 거래됐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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