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밀레니엄포럼] 지상대토론회- 해외석학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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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장

우리에게 익숙했던 국가 단위의 발전전략은 70년대 정보혁명으로 도전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혁명이 세계정치를 뒤바꿔 놓지 못한 이유는 정보의 흐름이 권력의 공백상태가 아니라 정부가 기왕에 점거한 정치공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보혁명이 정치의 성격을 변화시켰듯 정치 또한 정보혁명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가오는 세기에 정보와 지식이 국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군사력에 바탕한 단단한 국가 (hard power)가 아니라 개인의 아이디어와 문화 또는 사회제도.정치체제에 대한 매력에 힘입은 '유연한 국가 (soft power)' 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21세기 국가와 사회의 힘은 전문가적 규범과 투명성이 보장된 공정한 절차에 따라 생산된 신빙성있고 질 높은 정보 창출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시민사회.시장경제의 균형발전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양산한다는 강력한 사회의 기초가 된다.

국가중심의 발전경쟁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지만 정부관료들이 외부비난에서 도피하기 위해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 국가 혹은 초국가적 실체 어느 하나가 미래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리적 여건에 의해 규정된 국가는 정보화시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성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가의 힘은 물질적 자원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다양한 정보를 생산, 공급함으로써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정리 = 길정우 워싱턴특파원

*** 후쿠가와 신지 덴쓰인문연구소장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 15개월이 지난 지금 통화를 포함한 거시경제지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각국이 경제시스템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 부분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의 세계화에 따라 세계 공통의 가치관으로 정착되는 것은 필연적 추세다.

그렇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역동성의 유력한 축이었던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과거로부터 내려온 민족적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근대화 과정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동아시아도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한 새로운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동아시아 협력체제는 다자간 협력체제의 새로운 모델을 끌어내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첨단기술과 자본, 한국의 개발경험, 중국의 체제전환 경험 등이 결합된다면 동북아는 21세기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북아 협력체제는 아직도 냉전적 힘의 불균형으로 장애를 겪고 있다. 이 지역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아시아인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2차 세계대전 시기의 국가주의로 되돌아 갈 위험도 없지 않다. 이때 국가주의는 아직도 동아시아 지역에 내재한 전근대적 요소와 결합해 심각한 역사적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가치관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각국의 국가 내적 근대화 과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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