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3남매 "잘했다""고마워" 함박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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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다음 선수는 아웃사이드 트랙에 55번 한국의 천주현." 출전 선수를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떨리더니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강원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고 있는 춘천실외빙상장 아나운서는 여자 쇼트트랙 상비군 출신의 천은정 (25.세종대학원) .바로 남자 1천5백m 은메달리스트 천주현 (22.고려대) 의 큰 누나다.

천은정은 "열심히 해도 좀처럼 상복이 없더니 이제야 제 실력을 발휘했다" 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천주현은 3일 벌어진 5백m 2차전에서 함께 레이스를 벌이던 사사부치 (일본)가 넘어지는 바람에 경기에 지장을 받아 4위에 머물렀었다. 링크에 바짝 붙어 큰 소리로 응원하는 낯익은 얼굴도 있다.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과 무주.전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 1천m 금메달리스트 천희주 (24.고려대) 는 작은 누나다. 지난해 은퇴한 천희주는 이번 대회 진행요원으로 일하면서 천주현의 '개인 코치' 역할을 한다.

천희주가 91년부터, 천주현은 94년부터 대표선수로 선발됐기 때문에 4년 동안이나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생활했던 남다른 남매다.

천주현은 "먹고 자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을 해댔다" 며 투덜대지만 작은누나에게 고마움이 담뿍 담긴 목소리다.

이들 3남매중 천은정이 초등학교 5학년때 가장 먼저 스케이팅을 시작했고 종별 선수권 대학부에서 5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천주현이 다음이었고 혼자 따돌림 받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빙판에 오른 천희주 역시 한국 빙상의 간판급 선수가 됐다.

95년 아시아컵 1천5백m에서 우승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해 누나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막내 천주현은 "5일 벌어지는 1천m에서도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 며 빙상 3남매의 영광을 약속했다.

춘천 =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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