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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M&A 좋지만 원샷 개편하는 건 안 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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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01면

‘도’를 폐지해 경상도와 전라도를 없앤다. 4~5개의 광역지방정부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준연방제국가’로 만든다. 자잘한 시·군·구를 합쳐 전국을 60~70개로 광역화한다.

지방행정 CEO 123명 속초 총집합

현재 국회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특별법안이 네 개나 계류돼 있다. 국민생활의 근간인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는 논의가 정계의 이슈로 부상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주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로 행정구역 개편을 언급하면서 국회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행정 최고경영자(CEO)들이 27일 강원도 속초에 집결해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일방적 논의 구조’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사진) 소속 ‘지방행정 CEO’ 123명은 이날 총회를 열고 “앞으로 국회 심의 등에 대비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시구 입장을 정리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총회에서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행정구역을 주민생활권 및 경제권 등에 따라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할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행정구역 M&A’ 자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정치권에서 각계 전문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지방의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다”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큰 개편안’을 마련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중앙정치에 예속돼 정치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왔던 지방 CEO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모아 자신들의 견해를 개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협의회 하계열 회장은 총회를 마치고 난 뒤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시대 5도양계부터 시작해 1000년의 역사를 가진 행정구역을 불과 2~3년 만에 뒤집고 갈아엎으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과거처럼 행정안전부나 정치권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선 안 되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이어 “우리들 얘기를 (과거처럼) ‘시끄럽다’고 일축하면서 (행안부가) 자치단체의 뜻과 전혀 안 맞게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건 우리 개인 뜻이 아니라 주민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행정구역 개편은 선거구제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예민한 문제”라며 “선거 때만 되면 제도를 고치겠다고 하는데 2010년 지방선거 후 2년 뒤엔 총선거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가 쾌도난마식으로 원샷 하듯이 행정구역을 개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 내무관료 출신인 하 회장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대부터 나온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도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페이퍼 워크’로만 끝나온 것은 재정 문제 때문”이라며 “시청이 멀어지면 시민들이 더 불편해지고 새로운 청사를 만들다 보면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게 될 것이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자율적으로 통합의사를 밝힌 지역은 속도를 내되 나머지 지역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통합의사를 밝힌 지역에 행ㆍ재정적 인센티브를 준 뒤 그 결과를 보고 나머지 지역이 통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자율통합을 추진키로 했거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마산 창원시와 진해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등 10여 개 시·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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