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물낚시'손맛재미 쏠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겨울같지 않은 겨울'. 기상청의 예상과 달리 포근한 겨울날씨로 얼음낚시를 손꼽아 기다렸던 낚시인들은 손맛을 보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강원 일부를 제외하곤 결빙이 안돼 얼음낚시를 할 수 없는데다 막상 출조해도 대부분 허탕을 쳤다.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 (立春) 도 하루앞으로 다가왔다. 낚시인들은 수초가 밀집한 지역을 찾아 벌써부터 '물낚시' 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주 당덕제 (전북정읍시 고부면, 일명 개방죽) 로 출조한 낚시인들은 모처럼만에 묵직한 손맛을 봤다. 신답낚시회등 서울에서 온 낚시인들이 터를 잡은 곳은 부들 등 수초가 밀집한 지역. 오전 8시부터 낚싯대를 드리운 지 1시간. 서서히 햇볕이 들기 시작했다.

찌가 서서히 오르내리자 주위 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낚싯대를 당겨보니 7치 (약 20㎝급) 짜리 참붕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낚시인들은 바늘 하나에 지렁이를 두세마리씩 끼워 '대어의 꿈' 을 꾸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뱅뱅족' 이 풍성한 손맛을 기대하며 붕어가 나온 곳의 옆자리를 찾아 이리 저리 낚싯대를 들고 다닌다.

첫 붕어가 나온 이래 5~10분 간격으로 감지되는 어신. 낚싯대를 들어올릴 때마다 지렁이를 입에 문 붕어가 물밖으로 꼬리를 흔든다. 2대의 낚시대에서 거의 동시에 입질을 해 한번에 두마리를 잡는 '쌍권총' 의 행운을 누린 낚시인도 있었다. 오후 1시가 넘도록 낚시인들은 한번이라도 더 손맛을 보려고 수초지대에 떠있는 찌만 노려본다.

뱅뱅족 역시 주변에서 붕어가 나온다 싶으면 낚싯대를 챙겨들고 옆자리에 터를 잡느라 부산하다. 오후 2시 먹구름이 끼면서 바람까지 불어 채비를 거두고 조과를 헤아려 보니 기대했던 월척 (30.3㎝) 은 나오지 않았지만 1인당 6~8치 (약 18~24㎝) 의 붕어를 3~8수씩 낚아 겨울 물낚시치곤 괜찮은 편이었다.

"겨울 붕어는 여름과 달리 맛이 달아요. 아마 봄철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보충을 한 탓이겠죠. 두차례 꽝 (한마리도 못잡음) 을 하고 난 후 5수를 낚으니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출조를 나온 강광희 (62) 씨의 이야기다.

물낚시는 이달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붕어가 은신처로 애용하는 수초지대나 폭이 좁은 수로가 공략포인트다. 수로와 수초지대가 넓게 퍼져있는 충청.호남권이 물낚시의 적지로 손꼽힌다.

충청권은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중장리.대야.황촌수로 등이 유명하다. 호남권은 당덕제를 비롯해 연밭이 무성한 목교지 (전남함평군) , 해남수로 (전남해남군).진도수로 (전남진도군) 등에서 물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회를 통한 1인당 출조경비는 충청권 3만5천~4만원, 호남권 4만5천~5만원. 문의 = 신답낚시 (02 - 2244 - 1080) , 구룡낚시 (02 - 854 - 7417).

송명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