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책] 김종필 국무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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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주자 (朱子) 의 시를 기숙사 창가에 앉아 암송했는가 하면 가족들의 눈을 피해 밤새 연애물을 탐독했던 소년 김종필. 닥치는 대로 읽는 습관은 중학교때 절정에 달해 '하룻밤 한권' 이란 책읽기 습관이 붙었다.

그때 그 밤에 책을 다 읽지 못하면 뒷날 결석도 마다않고 책을 놓지않았다.

김 국무총리는 "지금에 이르러 내가 가진 상식의 원천은 그때의 것이며 아직도 나를 지배한다" 고 술회한다.

그의 책읽기는 생의 자락을 따라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요즘도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머리맡에 책을 두고 읽다 잠드는 습관도 여전하다. 바쁜 중에서도 한달에 두세권은 놓치지 않고 읽는다.

지금 그가 읽고 있는 책 두권. 미래학자이자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인 사카이야 다이치 (堺屋太一) 의 '次はこぅなゐ' (다음 세대는 이렇게 된다.고단샤) 와 이케하라 마모루 (池原衛)가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중앙M&B) 이 그것이다.

'다음 세대…' 는 21세기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책. 일본이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세계적 조류에 뒤쳐졌으며 일본을 공업사회의 일인자로 이끌었던 관주도의 경제시스템은 낡은 만큼 이를 탈피할 새로운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미래분석서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본이 소개되지 않았다. 김총리는 "이 책은 앞으로 일류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와 안목을 갖고 모든 지혜를 쏟아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고 평한다.

'맞아 죽을…' 은 저자가 26년동안 한국사회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보고 느낀 한국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는 책. 때론 마음에 찔리고 기분이 상하는 얘기도 있지만 세계속에서 일등국민이 되려면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많은 결함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우리에 대한 채찍으로 생각하고 곰곰히 우리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김 총리는 강조한다.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책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김총리는 자연스레 일본 관련서들을 많이 읽으며 독서취향은 스스로 '난독 (亂讀)' 이라 할 정도로 무거운 책들 위주다.

"책이야 바로 양식이지요. 책에서 얻은 지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바로 생활능력 아닙니까. 그래서 책이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독서관을 들려주는 김총리. "책에 대한 느낌은 나이와 처지에 따라 달라진다" 는 또다른 독서지론을 들려주며 한번 읽은 책이라도 다시 되새겨 볼 것을 권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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