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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으로 암세포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비소는 독극물이지만 한방에서는 이를 때론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 균이 암치료제로 사용될 수 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바이온 제약사의 데이비드 버뮤드박사팀은 최근 유전공학을 이용, 식중독균을 살짝 변형시킴으로써 이런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식중독 균은 살모넬라.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는 균이다. 중독되면 설사를 일으키고 신장에 치명타를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살모넬라는 암세포에 달라붙으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한다. 이는 살모넬라가 인체의 '암세포 괴사인자' 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살모넬라의 이런 매력 때문에 학자들은 지난 수년동안 이 식중독 균에 매달려 왔다. 목표는 물론 '정상 세포에는 해가 없게 그러나 암세포는 골라서 공격하는 것' 이었다.

버뮤드박사팀이 유전공학적으로 만든 것은 돌연변이 살모넬라. 이 살모넬라는 야생형에 비해 세포벽의 특정성분 (리포폴리사카라이드) 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돌연변이종은 실험결과 야생종에 비해 생명체에 대한 독성이 0.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정상세포보다는 암세포에 훨씬 잘 달라붙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변형된 살모넬라를 암에 걸린 생쥐에게 주입한 결과 암덩어리의 크기가 94%나 감소했다.

연구팀은 새 기술이 암치료의 한 방법으로 실용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돌연변이 살모넬라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하더라도 인체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다른 세균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예상치 못한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번 연구가 최소한 세균과 암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줬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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