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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파동]법무부.대검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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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심재륜 (沈在淪) 고검장 항명파동 사흘째인 29일 검찰 수뇌부와 일선 검사들은 겉으론 평온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소장 검사들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삼삼오오 의견을 교환하거나 사태 추이를 점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沈고검장이 이날 오전 정상 출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대검 간부들은 "출근 투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며 불쾌한 표정.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은 이날도 아침부터 이원성 (李源性) 대검차장 등 간부들과 회의를 거듭하며 沈고검장의 출근 허용 문제와 면직때까지의 예우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긴박한 모습.

법무부도 박상천 (朴相千) 장관 주재로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사태 수습방안을 숙의. 朴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법조비리 근절방안' 등 법무부의 수습책을 직접 검토한 뒤 오후 5시쯤 청와대로 출발. 법무부 관계자는 "朴장관의 청와대 업무보고는 3.1절 특사 등 현안 때문에 항명파동 이전부터 예정돼 있던 것" 이라면서도 "검찰 개혁방안에 대해 뭔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오지 않겠느냐" 고 전망.

○ …이날 법무부 실무자들은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沈고검장의 출근을 저지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거듭. 출근이 검사징계법 규정상 '직무' 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부하직원에 대한 지휘 및 서류결재.회의주재 등 고검장으로서의 고유업무만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

법무부는 장시간 논의 끝에 이날 오후 "직위해제와 달리 대구고검장으로서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출근이나 관사.집무실.관용차 사용 등은 막을 수 없다" 고 결론. 검찰국 관계자는 "선례가 없던 일인데다 검사징계법에도 직무의 범위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어 고심을 거듭했다" 고 설명.

○ …일선 검사들은 전날 내려진 함구령과 다음달 초로 앞당겨진 정기인사를 의식한 듯 극도로 말을 아끼는 가운데서도 수뇌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는 등 항명파동에 따른 동요가 가시지 않는 모습들. 서울지검 강력부 등 일부 검사실 출입문에는 '기자들의 출입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고 쓰인 안내문이 내걸렸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사태 추이를 점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또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대전에서 근무했던 한 검사는 "대검에서 沈고검장이 향응을 받았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마치 룸살롱에서 호화판 접대를 받은 것처럼 알려졌지만 沈고검장이 대전 근무시절 자주 출입한 술집은 청사 근처의 아주 허름한 레스토랑" 이라며 "검사들은 적어도 '향응' 부분에 대해선 대검의 성급한 발표를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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