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전화 받은 의원 요즘 늘었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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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여의도에 번지고 있다.

근거는 여러 갈래다. 우선 한나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쩍 강화됐다. 미디어법이 통과된 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고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 요즘 들어선 대통령과 밥을 먹거나, 차를 마셨다는 의원도 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단과 오찬을 한 데 이어 27일에는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지난주에는 한나라당 강성천·김성태·이화수·현기환 의원이 이 대통령과 1시간20여 분간 차를 마셨다. 이들은 모두 한국노총 출신이다. 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외협력단 부단장을 맡은 친박계 의원이기도 하다.

그때 대통령과 주고받은 얘기 한 토막은 이랬다고 한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쓴다고 불만이 많습니다.”(의원들)

“이제 여러분도 노동계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를 좀 도와주십시오. 경제가 잘돼야 나라도 잘되는 거 아닙니까.”(이 대통령)

듣는 대통령으로 변했다는 얘기도 돈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힌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면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듣는 데 할애하더라”며 “때로는 진솔하게 하소연도 하고, 부탁도 하더라”고 전했다.

여의도 정치를 생산성이 없다며 평가절하하고 의식적으로 멀리하던 이 대통령은 왜 변신을 택했을까.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8·15 경축사에서 밝힌 정치 개혁을 더 힘 있게 가져가려면 여의도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며 “정기국회의 중요성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고전하던 것과 달리 집권 2년차 후반에 접어들며 생긴 여유도 여의도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9월에도 여성 의원들과의 만남을 포함해 의원들과의 면담 일정이 쭉 잡혀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의 등원 결정을 계기로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도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지역주의 해소해야”=27일 여당 원내대표단 초청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이 앞장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 달라”고 말했다.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정치 개혁 구상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등원 결정과 관련해 “정기국회에서 할 일이 많다”며 “야당이 조건 없이 등원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자”고 당부했다. 복분자술을 곁들인 한식으로 차려진 이날 만찬은 두 시간 남짓 진행됐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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