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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급 회장 ‘줄비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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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재직하던 오공균(58)씨는 2007년 3월 한국선급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선급은 선박의 건조와 검사 업무를 국토해양부로부터 독점적으로 위임받은 사단법인이다.

취임 당시 오 회장의 연봉은 1억4000만원이었다. 2006년 이사회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하지만 취임한 해 오 회장의 연봉은 1억600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1억9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올해는 연봉과 별도로 4420만원의 성과급까지 받았다.

오 회장은 이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보수 지급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비슷한 일을 하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2억1000만원을 받으니 그 수준은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항만공사 사장의 실제 연봉은 1억1800만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성과급 지급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7일 “자신과 고위 임원들의 연봉을 편법으로 인상해 회사에 4억56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횡령 및 배임)로 오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오 회장 외에 다른 두 명도 배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오 회장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설비업체 대표의 청탁을 받고 직원을 한국선급에 취직시켜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2500만원을 받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있다. 지난해 4월 오 회장은 회사 돈 900만원을 빼내 국회의원 21명에게 20만~200만원씩을 기부했다. 또 직원 245명에게 5만~10만원씩 의원 23명에게 기부하라고 지시해 실제로 2535만원이 불법적으로 전달되게 한 혐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 회장이 비서실을 통해 직원들이 기부했는지를 체크했다”며 “이에 대한 직원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이 직접 후원한 의원과 직원을 시켜 기부금을 낸 의원 수는 중복된 경우를 빼면 총 30명이다. 이 중 21명이 민주당, 7명이 한나라당, 1명이 자유선진당, 1명이 민주노동당이다.

경찰 발표에 대해 한국선급은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의원을 지칭해 헌금을 강요하지 않았고, 직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정당 및 의원에게 정치자금법이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후원금을 냈다”고 해명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연봉 인상과 관련해 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는 기획재정부 자료를 발췌한 것”이라며 “이사회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열렸다”고 주장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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