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글쓰기]현대건축서 25권 낼 임석재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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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양의 근대건축사를 다룬 '추상과 감흥' (95년.1~2권). '장식과 구조미학' (97년.1~2권) 이후 현대건축사 '형태주의 건축운동' (시공사.1만2천원) 과 '미니멀리즘과 상대주의 공간' (시공사.1만3천원) 을 펴낸 임석재 (38.이화여대.건축학) 교수.

향후 10여년에 걸쳐 모두 25권의 건축서를 펴낼 대장정의 중압감 때문인지 그리 홀가분해 보이진 않는다. "좋은 외국 책을 골라서 번역을 하면 될 일을 힘들여 하고 있다" 는 주변의 지적에 대한 그의 신념은 분명하다.

"건축을 포함한 제반 문화분야에서 학문적 자생력은 매우 긴요합니다. 한국 사람이 쓴 서양 건축사 이론서가 외국으로 나가 인정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너무 과욕일까요. " 이같은 그의 포부는 자신의 '서양이론의 체화' 노력과 그 결실에서 가능성을 엿보게 할 정도다.

당초 임교수는 건축 대중화의 관점에서 평이한 글쓰기를 시도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일정 수준 이하로 눈높이를 낮추기 어렵더군요. 아마도 건축이론을 완전히 '내 것' 으로 만들지 못한 탓도 있겠지요. " 그렇게 일단 마음을 돌려세운 임교수의 글쓰기는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7번째 (네오모더니즘).8번째 (해체) 책 집필에 들어선 상태다. 87년 미국 미시건대에서 공부할 당시부터 컴퓨터 문서작성을 시작한 그가 여전히 원고지.육필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소설가 최인호씨가 그랬지요. 손으로 쓴 글과 컴퓨터로 친 글을 구별할 수 있다고….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좀처럼 원고지 글쓰기의 매력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군요. " 그런 연유로 임교수는 오전에 연구실에서 집필을 하다가 오후엔 간혹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홀로 앉아 글을 쓰기도 한다.

5권 '형태주의 건축운동' 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색하는 모더니즘 건축운동과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 떠오르는 뉴모뉴멘탈리즘 (기념비적 대형건축 운동) 을 조명하면서 형태/반형태를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논의을 전개해 나간다.

6권 '미니멀리즘과 상대주의 공간' 은 제목 그대로 형태가 아니라 건축의 공간을 주목하는 책. 여기서 저자는 미니멀리즘 건축에서부터 70년대 '뉴욕5' 건축그룹이 주도했던 복합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향후 그가 매달릴 건축주제는 팝.테크놀로지.역사와 전통.도시와 자연 등. 그의 작업은 건축뿐 아니라 적어도 미술, 넓게는 예술전반의 이론서로서의 가치까지 지닐 것으로 보인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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