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철학 공부

중앙일보

입력

“몸으로 생생한 철학을 배워요.” 지난 21일 이화여대 체육관. 50여 명의 초등학생이 모여 철학 이념을 몸으로 나타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춘추·양이 등 생소한 단어처럼 자세잡기도 녹록치 않다. 박지원(10·영훈초 4)군은 “몸동작으로 음과 양을 나타내는 방법을 배웠다”며 “몸이 쫙 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6가지 방향에서 철학에 접근
작년 세계철학대회(WCP)에서 처음 시작한 철학마당이 올해 제2회 대회를 개최했다. 중고생도 참여했던 지난해와 달리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철학마당 2009>로 대상자의 범위를 좁히고 커리큘럼의 깊이를 꾀했다.

8월 20일부터 3일간 열린 이번 행사는 몸으로 하는 철학을 비롯, 음식·미술·연극 등 6가지 주제에서 철학으로 접근했다. 나만의 인형을 만들면서 인형에 인격을 부여해 대화하고, 생각과 이미지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다 보면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철학이론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요리로 하는 철학마당 담당을 맡은 윤수민 강사는 “초등학생들이 배운 적 없는 어려운 철학개념도 떡을 만들면서 접근하면 대번에 이해한다”며 “사소한 요리과정 속에도 철학의 본질개념이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째날과 마지막 날에는 자녀가 수업을 받는 동안 학부모가 들을 수 있는 철학강좌(서울대 철학과 한경식 교수)도 준비해 가정에서 자녀를 보조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각하는 어린이’키우기 과정
행사는 한국 철학·윤리교육 연구회와 이화여대 철학과가 주관하고 한국 철학회 철학올림피아드 집행위원회가 후원했다. 최근 화두인 ‘생각하는 어린이’ 키우기를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상징에서 주목할 만하다.주요 대학의 석박사급 이상의 철학교육 전공자 및 철학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해 외관만 번지르르한 행사를 지양하고 진짜 어린이의 철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철학마당2009>를 총괄지휘한 이화여대 이지애 교수(철학과)는 “살아있는 철학, 살아있는 배움을 아이들 스스로 체험하고 캠프라는 집단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아이들이 비판적·창의적·배려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배워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행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장한슬(11·대평초 5)양은 “친구들과 시사문제를 토론하면서 찬반논쟁을 벌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영균(10·영훈초 4)군은 “친구3명과 함께 왔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많아 무척 새로웠다”며 “캠프에서 배운 철학적 생각 키우는 법을 집에 돌아가서도 잊지 않고 연습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Tip생활 속에서 철학 공부하기
① ‘음식으로’ 철학하기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면서 음식준비와 만들기 과정에 담긴 철학적 사고를 음미한다. 완성된요리의 사진을 찍고 요리과정에서 배운 철학적 사고를 사진 아래에 적어둔다.
② ‘미술로’ 철학하기
생각과 이미지의 관계를 미술의 여러 형식들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공동작품을 만들어본 후 개별적 작품 설명-전시-작업과정 반추 활동을 한다.
③ ‘연극으로’ 철학하기
몇 가지 상황(자살충동, 왕따, 이성교제, 부모와의 갈등, 친구와의 약속 등)을 설정하고 아이들이 특정한 역할을 맡아 그 역할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고 통합적 사고를 높이는 토론활동을 한다.
④ ‘인형으로’ 철학하기
나의 인형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 인형에 대한 ‘인격화된 이야기’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보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⑤ ‘음악과’ 철학하기
‘음, 소리, 리듬, 박자’ 등을 통하여 아이들이 음악활동에 직접 참여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소리’가 감정과 사고를 어떻게 자극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또 만들어진 ‘소리’ 속에 담긴 감정과 사고를 ‘공유’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
⑥ ‘논리로’ 철학하기
‘숫자’나 ‘기호’를 활용하거나 ‘논리’를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놀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리적 추리와 논리에 친해질 수 있도록 한다.

*자료제공 : <철학마당 2009>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 기자jwbest7@joongang.co.kr >


[사진설명]
“딱딱한 철학은 가라.” <철학마당 2009>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철학 수업을 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