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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무대도 문화관광상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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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19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한국영화진흥공사의 종합촬영소. 이날 이곳에서는 영화사 '황기성 사단' 의 5월 개봉작 '신장개업' 이 문자 그대로 신장개업했다.

촬영소내 건설중인 3억5천만원짜리 세트가 얼굴의 일부를 처음 선보인 것. 촬영소 내 한길 양옆으로 뻗은 1백30m의 거리에 2월초 완공 예정의 어느 소읍 풍경이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됐다.

황기성 사단은 이 영화의 80%를 이 세트에서 찍은 다음, 촬영이 끝난 후 영진공에 넘겨 관광코스로 개발하도록 할 계획.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국의 유니버설이나 MGM 스튜디오처럼 말이다.

황기성씨는 "한 영화의 무대를 전부 세트화 한 것은 한국영화사상 처음있는 일" 이라며 "영진공에 넘겨주는 대가로 세트 제작비의 반정도가 드는 영화의 후반작업 비용을 대체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으로 영화사는 총 제작비를 절감하는 대신, 영진공은 관광코스의 개발이란 부대효과를 얻게된 것이다.

아직 초보적이긴 하지만, 최근 중흥기를 맞이한 한국영화계가 이른바 '로케이션 (촬영지) 마케팅' 에 관심이 높다. '신장개업' 처럼 세트를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촬영장소를 관광.답사코스로 개발하기도 한다.

때맞춰 영화관련 테마파크 건립도 추진중이다. 개그맨 심형래씨가 이끄는 영구아트무비의 이형승 기획실장은 "여름개봉 예정인 SF영화 '용가리' 테마파크를 수원지역 1백50만평 규모로 곧 개발할 계획" 이라고 했다.

이정재.심은하 주연으로 5월께 개봉예정인 '이재수란' (기획시대) .1901년 이재수의 제주민란을 그린 이 영화는 1백% 제주도 촬영이다. 현재 55%정도 촬영된 이 대작의 주무대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부오름' 이란 기생화산 지역.

그러나 이곳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지자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어 북제주군 구자읍 송당리는 때아닌 '영화특수' 를 맞고 있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이를 계기로 단순히 '보는 관광' 에서 문화상품과 연계시킨 관광마인드의 전환을 재촉할 것 같다" 며 "우리 영화사도 이런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이재수란' 말고도 여럿 있다. 역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연풍연가' 를 비롯, '내 마음의 풍금' '산전수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링' 등 곧 선보일 신작들이 줄줄이 촬영장 마케팅에 나서 다양한 '상품' 을 준비중이다.

실제로 장동건.고소영 주연의 '연풍연가' (쿠앤씨필름) 는 범한여행사와 함께 촬영지를 답사하는 여행상품을 최근 내놓았다. 그러나 영화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비해 촬영지 지자체들의 협조와 이해는 아직 부족한 편.

'내 마음의 풍금' 의 제작자 서현석씨는 "소품 등 지역주민들의 도움을 받다보면 나중에는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며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협조가 아직은 현실적인 돈과 연결되는 게 문제" 라고 지적했다.

흔히 '영화산업' 이라고들 한다. 영화가 예술을 넘어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영화자체의 복제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케이션 마케팅 같은 부대사업도 중요하다.

정재왈 기자

[외국의 경우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는 너무도 유명한 미국의 '영화관광지' .영화왕국의 면모가 이곳들처럼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도 드물다. 영화의 주요장면과 장소 혹은 캐릭터 등의 개념을 활용해 인공의 놀이공원으로 조성했다.

일본은 시대극을 촬영했던 세트를 그대로 보존, 고풍의 분위기를 내세운 관광지로 조성한 곳들이 두드러진다. 니코 (日光) 의 '에도무라' 는 과거 시대극을 촬영했던 장소로 우리나라의 '민속촌' 과 같은 형태로 보존돼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교토에 자리한 '도에이 영화촌' 은 도에이 영화사가 과거 시대극의 촬영소로 썼던 장소로 현재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다. 최근에 영화 '실락원' 이 히트를 치자 영화 속 두 연인이 여행하는 장소를 패키지 코스로 엮어 내놓은 '실락원 투어' 가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태국은 일명 관광을 증진시키기 위해 영화 '콰이강의 다리' 로 유명한 '죽음의 철로' (4백15㎞) 를 복원해 이 철로를 지나는 철도관광을 개발,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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