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왕 나카우치 다이에사장 눈덩이 적자 못견뎌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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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오사카 (大阪) 의 빈민가에서 시작한 구멍가게를 연매출 2조5천억엔 (26조원) 의 일본 최대 유통그룹으로 키워낸 나카우치 이사오 (中內功.77) 다이에그룹 사장이 21일 퇴임했다.

나카우치사장은 저가.대량판매의 슈퍼마켓 체인을 설립, 끊임없이 점포를 확장해 일본의 '유통왕 (王)' 으로 불려온 인물. 80년대부터는 호텔.외식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러나 나카우치의 확장노선은 90년대 들어 균열이 생겼다. 경쟁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점포를 늘려오던 방식이 주가.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본이 대량소비에서 성숙 (成熟) 소비 시대로 접어들면서 '값을 싸게 하면 팔린다' 는 다이에의 신화도 무너졌다.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한발 앞서 변신한 이토요카도가 급신장한 반면 덩치로 밀어부친 다이에는 지난해말 현재 2조6천억엔의 부채에다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나카우치 사장도 이날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사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결단을 내렸다" 고 퇴임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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