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kg짜리 덮개가 나로호 운명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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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 쏴 올린 우주로켓 나로호는 수만 가지 첨단 기술과 부품으로 이뤄진 ‘종합예술품’이다. 부품들이 치밀하게 얽혀 있어 하나만 삐걱거려도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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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남 고흥의 나로호 발사 실패도 이런 경우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6일 “인공위성을 감싼 한 쌍의 보호 덮개(일명 페어링) 중 한 짝이 제때 떨어져 나오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나로호가 분리되지 않은 덮개 한 짝을 매달고 비정상적 비행을 하는 바람에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위성은 결국 지구로 떨어지면서 대기권에서 산화했다. 덮개 하나가 문제가 돼 결국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위성보호 덮개는 나로호가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완전히 올라갈 때가지 위성뿐만 아니라 나로호 상단의 전자장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길이 5.4m, 지름 2m 크기로 밑부분은 원통, 윗부분은 뿔 모양이다. 이는 한 쌍으로 이뤄져 있다. 발사 때는 웅크린 채 위성을 품고 우주로 올라가다 공기가 없는 지점에 도달하면 두 개가 동시에 벗겨지도록 설계됐다. 위성보호 덮개를 벗길 때는 동시에 폭약을 터뜨려 위쪽부터 벌어지며 지상으로 떨어지도록 돼 있다. 이 덮개를 벗기는 데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결함 때문인지 한쪽만 떨어져 나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처음 개발해 실험할 때는 정상적으로 분리됐었다. 위성보호 덮개 한쪽의 무게는 330㎏으로 위성 무게의 무려 3.3배에 달한다. 결국 로켓 1단과 2단은 이 무거운 덮개 한쪽을 머리에 이고 최종 목적지인 고도 300㎞를 훨씬 넘긴 380여㎞까지 올라간 것이다.

◆덮개 무게 못 이겨=과학기술위성 2호가 타원 궤도를 돌기 위해서는 적당한 속도가 필요하다. 그게 초속 7.9㎞(제1 우주속도)였다. 제1우주속도는 한 시간에 무려 2만8440㎞를 나는 속도다. 약 450㎞인 서울~부산을 57초에 가는 속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발사 후 9분이 지나면 제1 우주속도로 올라가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큰 짐인 위성보호 덮개를 매달고 당초 목표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더 높이 올라간 것도 문제지만 올라가면서 제1우주속도를 낼 정도로 빨라지지 못했다. 몸집이 무거워져서다. 로켓 1, 2단이 100㎏짜리 과학위성만 앞머리에 이고 올라가면 되는데 무게가 그 세 배나 되는 덮개가 딸린 때문이다. 덮개 한 쪽만 분리된 때가 25일 발사 후 216초인 오후 5시3분36초였다. 발사 9분 뒤에는 위성과 로켓 2단, 나머지 한 개의 덮개가 서로 분리됐다. 그러나 속도를 내지 못해 결국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위성보호 덮개의 분리가 잘 안 된 사례는 많다. 2월 24일 미국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탄소 관측 위성도 이 덮개가 분리되지 않아 남극 근해에 떨어지고 말았다.

위성보호 덮개에 이어 로켓 2단에도 결함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MBC는 이날 오후 9시 뉴스 보도에서 25일 나로호 발사 당시 나로우주센터 상황판에 로켓 2단의 정상 작동을 나타내는 파란불 표시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인공위성은 산화=위성은 지구 궤도를 타원 또는 원형으로 도는 물체다. 지구 둘레를 도는 위성이 되려면 제1우주속도에 맞춰져야 한다. 너무 빠르면 지구 궤도 밖으로, 느리면 지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과학기술 위성은 초속 6.2㎞ 정도로 느려 결국 지상으로 떨어졌다고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밝혔다.

과학기술 위성 2호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거의 타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덜 탄 잔해가 바다나 지상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 앞서 역할을 다한 로켓 2단과 위성보호 덮개도 마찬가지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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