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김총리 독대 무얼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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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비서실과 마포당사 (자민련) 사이에서 격화됐던 내각제 공방은 19일 오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간 '무릎대화' 로 되돌아왔다.

이날 두 사람은 올들어 세번째 단독 대좌했다.

지난 12일 두번째 독대 이후 내각제 개헌 문제는 잔뜩 고조된 대치국면을 조성했었다.

자민련은 대전에서 내각제 공론화 기치를 내걸었고 청와대 비서실은 내각제 개헌 연기론으로 응수했다.

자연히 이날 독대는 정치권의 주목을 끌었지만 결과는 세간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발표 내용은 간단했다.

金총리는 독대 결과를 묻자 "대통령이 국정을 잘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얘기를 했다" 는 게 다였다.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제 두분에게 맡기면 된다" 며 입을 닫았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金총리의 선문답 (禪問答) 조 언급에 응수라도 하듯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은 모든 얘기를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모든 것을 협의해 나갈 수 있다" 고 발표했다.

할 얘기는 다했지만 역시 마무리는 안됐다는 뜻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이날 독대에는 전과 다른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독대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와 두번째 독대가 15분, 30분이었던 반면 이날은 그보다 긴 40분이었다.

대화의 심도가 깊어지는 방증 같다.

전날까지 목청을 높였던 주변 인사들의 목소리가 이날 독대를 전후해 쑥 들어갔다는 점도 주목된다.

강도높은 연기론을 폈던 金실장은 언급을 피하면서 "자민련은 어떠냐" 고 오히려 자민련 반응을 궁금해했다.

자민련도 발언을 자제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각제 문제에 대해선 두 사람간 '의견정리' 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주변 정리가 된 셈이다.

따라서 양측의 침묵과 함께 내각제 문제는 일단 잠복기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내각제 논의의 향방은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틈을 타 밀약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국민회의측으로부터 흘러나온 이런 관측은 총리실 주변에서도 나돈다.

이날까지 포함한 그동안 독대에서 DJP간 이견이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게 골자다.

"내각제 개헌 연기에 대해 이미 DJP간에 가닥을 잡았고 개헌 시기의 절충도 임박했다" 는 얘기도 나온다.

자민련 내 강경 인사들은 물론 부인하고 있다.

金총리의 침묵을 '불만의 표시' 라고 해석하는 이들은 "청와대측이 개헌 연기론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를 했다" 고 분개하고 있다.

때문에 JP가 침묵을 깨는 날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추측이 난무하는 자체가 아직 내각제 문제가 결론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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