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새만금 개발.보존 토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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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북도가 발표한 새만금사업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제의를 놓고 그 진의와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조사단 구성 제의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립된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무조건적인 개발지향이나 또는 일체의 개발을 거부하는 보존논리를 떠나 모든 현실적 대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 최상의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것이 제안의 근본 배경이다.

사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개발에 반기를 드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팽배해 왔다.

이같은 흐름은 산업사회의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폐해에 대한 자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균형감각을 상실한 극단적인 보존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요는 개발과 보존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발 또는 보존에 따른 득실을 정확히 판단하는 냉철함이다.

그간 일부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사업의 전면 백지화라는 한가지 가능성에 집착해 왔으며 공동조사단 구성 제의 후에도 백지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선택기회를 스스로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는 또한 줄기차게 대화를 요구해 온 환경론자들의 기존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결론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아래서 누구와 무슨 대화를 하자는 것인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의 검토결과에 따라 사업을 일부 또는 전면 수정하거나 중단 또는 백지화까지도 여과없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북도의 입장이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고 난 뒤의 문제다.

갯벌이 농지나 복합산업단지보다 경제적 가치가 높다는 주장 또한 검증이 필요하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공감할 수 있지만 과연 다른 용도로 개발할 경우보다 실익이 클 것인가의 문제는 관련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문제만 해도 그렇다.

방조제를 쌓지 않으면 수질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인가.

방조제를 쌓지 않아도 동진강과 만경강으로부터 오염된 물이 서해로 흘러들어갈 것은 자명하다.

'제2의 시화호' 사태를 막기 위해 새만금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보다 방조제 축조여부를 떠나 두 강의 수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비단 이 두 강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강의 수질보존 대책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다.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하게 된 밑바탕에는 새만금사업이 후세에 씻을 수 없는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역사의식이 깔려 있다.

기존의 담수호 오염 가능성 외에도 방조제 축조에 따른 조류 변화가 적조현상 등 해양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환경론자들도 미처 비중을 두지 않았던 문제로 향후 확실한 검증이 요구된다.

전북도는 앞으로 새만금사업의 진행방향에 관해 중앙부처와 환경단체.학계 등 유관단체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

그리고 조사단의 결론에 따라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종근 전라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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