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밀레니엄 버그 비상…대책비 43억 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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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00년 1월 1일 0시3분. 막 들어온 119 전화를 받고 사고 내용을 관악소방서에 전달하려고 수화기를 들던 서울소방방재본부 소방교 朴모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금 접수해 컴퓨터에 입력한 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朴씨는 부랴부랴 발신지를 추적해 사고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출동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Y2K문제 (밀레니엄 버그.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 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2000년을 맞았을 때 서울시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가상 시나리오 중 사소한 경우다.

공공부문에서 맞게 될 Y2K문제로 서울시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서울시 본청 및 산하 사업소 등 65곳을 모두 조사한 결과 전산기기 및 프로그램 3천9백56개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위험이 큰 것으로는 열차운행 제어시스템과 정수장의 약품처리 자동시스템이 있다.

지하철 제어시스템 오류로 운행조작이 안되면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중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운행이 마비될 수도 있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팔당원수를 정수하기 위해 쓰고 있는 약품처리시스템도 마찬가지.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약품이 과다 살포되는 치명적인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기상정보를 수신하는 치수과의 기상정보시스템 ▶화재신고를 접수, 지령을 전달하는 소방방재본부의 소방방재시스템 ▶수도사업소의 유량관리시스템 등 안전과 직결되는 프로그램들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

시는 올 상반기 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전산기기 및 프로그램을 변환하고 올 8월까지는 2000년으로 일자를 입력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운영을 마칠 계획이다.

시는 시청 및 25개 자치구에서 관리중인 프로그램과 전산기기를 정비할 예산 43억원을 이미 배정해놓은 상태다.

특히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는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 연내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Y2K인증센터를 통해 추가 검증을 받기로 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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