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정말 좋소. 순하고 목욕해도 개운하지라.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었는디." 겨울 가뭄이 한참이라지만 박은자(41.전남 신안군 암태면 당사리)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1시간이 좀 못되는 이 곳 당사도는 2년 여 전 만해도 물 때문에 진저리를 쳐야했다. 그러나 이제 당사도에 생활용수 걱정은 없다.
97년 겨울 이 곳에 국내 최초로 건설된 담수화 (淡水化) 연구기지 덕분이다.
담수화란 말 그대로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주는 것. 한국기계연구원이 2여억 원을 들여 기지를 건설했다. 담수펌프를 돌린지 1년 남짓. 당사도의 사례는 과연 해수의 담수화가 21세기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가리는 가늠자인 셈이다.
1년 동안 물을 공급받아온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질은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전혀 짜지도 않을 뿐 더러 육안으로도 아주 맑아 보인다는 것. 담수화기지를 운영하는 기계연구원의 박상진 (朴祥鎭) 박사는 "담수장치를 걸러 나온 물이 보통 3백ppm이하다. 이는 수돗물의 1백ppm과 큰 차가 나지 않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성은 어떨까. 현재 수돗물 값은 t당 4백원 정도. 1년 여 기지를 운영한 결과 담수화 장치를 통한 물 생산은 이보다 2~3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 정도만으로도 수도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해안이나 섬지역에서는 실용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김창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