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깊어진 갈등의 골…전경련 수습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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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떻게 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 재계의 구심점을 자임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대기업 구조조정이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5대 그룹간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달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 특히 반도체 빅딜 (대기업 사업교환) 을 놓고 현대와 LG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전경련은 난감해 하고 있다.

드러내 놓고 말은 않지만 두 그룹간에는 서로 '못 믿겠다' '서운하다' 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직원간에도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또 구조조정 초반만 해도 5대그룹 총수들이 수시로 회동, 재계 입장을 조율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열 양상으로 급반전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

손병두 (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갈등이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난감하다" 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제3자 입장에서 중재에 나설만한 원로도 분명치 않고, 김우중 (金宇中) 전경련 회장 역시 현재 삼성측과 대우전자 - 삼성자동차 빅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처지여서 입지가 그리 넓지 않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재계측 '실무 간사' 를 자임해 온 孫부회장은 더욱 난처한 입장. 현대.LG간 반도체 빅딜에서 평가사로 아서 디 리틀 (ADL) 사를 추천하는 등 통합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가 결국 LG측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듣는 등 발목을 잡혀버린 꼴이 됐기 때문.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들어 재벌 갈등을 초래했다" 면서 "과거엔 1대 오너 회장들이 대다수여서 총수간에도 암묵적인 서열이 있는데다 큰 일을 많이 겪어 갈등이 생겨도 비교적 쉽게 치유됐으나 대다수 그룹이 2세 경영체제로 접어든 뒤론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데다 빅딜까지 겹쳐 더욱 꼬여버렸다" 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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