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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돌아온 배용준,MBC드라마 출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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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탤런트 배용준이 10개월여의 공백을 딛고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MBC가 27일부터 방영하는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작가 노희경.연출 박종)에 수산시장에서 게 경매인으로 일하며 야심을 키우는 대학생으로 출연한다.

13일 강화도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는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데뷔작 '사랑의 인사' 와 시청률 최고기록 보유 드라마 '첫사랑' 을 거쳐 최근작 '맨발의 청춘' 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편안한 집' 이라고 불렀던 KBS를 떠난 것이 못내 부담스러워 보였다.

이 과정에서 KBS도 그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KBS는 그가 출연을 약속했던 드라마 준비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고, 그에게는 '건방지고 오만한' 연기자라는 비난이 들렸다.

"출연 약속을 깬 건 분명 저의 잘못입니다. 죄송스런 마음이며, 창피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제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그냥 마음에 담아두렵니다." 하지만 여러 비난의 말 중에서 하나만은 꼭 해명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상대 여배우를 지목했다는 얘기는 억울합니다. 방송국에서 '이런 사람 어떠냐' 고 물으시기에 '좋다' 고 대답했고, 얼마후 '이런 사람은 어떠냐' 고 하셔서 '괜찮다' 고 답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오히려 제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복귀 작품에선 예전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 (배용준) 과 딸을 버리는 어머니. 그 정신적 상처로 인해 세속적.물질적 성공만이 최고의 가치라 생각하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다.

이 작품의 연출자 박종 PD는 그의 자세에 대해 아주 만족해했다. "사실 저도 같이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 걱정을 좀 했죠. 한데 몇달간 일해보니 뜻밖이에요. 스탭들 앞에서 철저하게 위선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면, 배용준은 분명히 아주 착하고 성실한 연기잡니다." 배용준이 '게 경매' 라는 독특한 일을 잘 그려낼지 궁금했다.

"3일간 새벽3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캠코더로 녹화해 왔어요. 하지만 도저히 저로서는 역부족입니다. 수신호는 오히려 쉬운데, 상인들의 민첩한 순간 대응은 연기로 해결할 성질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손동작을 해 보이는데 제법 그럴 듯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유난히 "부족한 게 많다" "바보가 된 것 같다" 는 말을 자주 했다. 아마도 등산.낚시로 보냈던 공백기간 동안의 심경을 드러내는 것인 듯 싶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론 바보 같은 일을 반복 않겠다" 는 얘기로 말을 맺었다.

강화도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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