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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한달만에 과열조짐-뮤추얼펀드 문제는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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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권가의 총아로 부상한 뮤추얼펀드가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로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미래에셋의 박현주1호 펀드가 발매 3시간 만에 매진된 이후 지금까지 7개 펀드에 3천억원어치 이상 팔렸고 이에 자극받은 신규 펀드들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이들 펀드의 성공이 지난해말 주가급등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외국계 펀드도 합작 또는 직접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발매 한달 만에 온갖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 형태 = 우선 이름부터 잘못돼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투신사 수익증권과 구별되는 회사형펀드 (공식명은 증권투자회사) 는 중도 환매가 되는 것 (개방형) 과 안되는 것 (폐쇄형)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를 뮤추얼펀드라 부른다.

증권투자회사법은 당분간 폐쇄형만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뮤추얼펀드라고 불러도 감독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환매 = 폐쇄형은 애초 기관이나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됐기 때문에 큰 인기가 없었고 결국 개방형인 뮤추얼펀드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리상의 복잡성을 핑계로 일반투자자에 맞지 않는 폐쇄형을 먼저 도입한 꼴이다. "미국서 꽃을 피운 뮤추얼펀드가 나쁜 이름으로 한국투자자들에게 각인될까 우려된다" 는 것이 쌍용템플턴의 제임스 루니 사장의 지적이다.

따라서 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는 시장에서 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권거래소가 만든 상장규정의 개정안이 수개월째 낮잠 자고 있는 실정이다.

◇ 세금 = 펀드 자체는 '페이퍼 컴퍼니 (paper company)' 이기 때문에 비과세인 점은 미국과 같으나 개인이 물어야 하는 배당소득세는 문제가 된다.

최근 정부는 기존의 수익증권과 형평성을 고려해 시세차익에 대해선 비과세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조세감면규제법을 고쳐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및 과세문제는 공청회를 포함, 법안 검토 과정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누누이 지적된 것들" 이라면서 정부의 늑장 대응을 성토했다.

◇ 운용보수 = 지금 팔리고 있는 폐쇄형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과보수에 있다는 지적이다. 즉 펀드운용에 필요한 비용은 판매수수료.운용보수.보관비용 및 일반관리비용으로 나눌 수 있다. 판매수수료는 판매를 대행하는 증권사에, 운용보수는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회사에, 보관비용은 증권을 보관하는 은행에 지급하고 일반관리비용은 매매수수료, 이사에 대한 보수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운용자산에 비례해 계산되는 운용보수 외 추가로 '성과보수' 를 운용회사 (즉 운용회사)에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가령 지금 판매 중에 있는 '박현주4호펀드' 의 경우 15%를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받게 된다.

삼성투신의 프라임펀드는 "자산운용성과 수익률에서 종합지수수익률을 차감한 값의 20%" 로 정하고 있다. 어느 것이든 미국에서 일반개인을 상대로 판매되는 펀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템플턴 (개방형) 이나 코리아펀드 (폐쇄형) 약관의 관련 조항엔 정상적인 운용보수 외엔 아무 언급이 없다. 이런 성과보수는 기관투자가나 부자들을 상대로 '고위험 - 고수익' 을 노리는 사모 (私募) 헤지펀드에나 있는 약정이다.

◇ 위험 = 펀드의 위험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실제로 미래에셋이나 삼성투신운용에서 설정한 펀드들의 투자설명서에는 '시장위험' '개별위험' 식의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설명밖에 없다.

위험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을 경우 나중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모 증권사에서 최근 2천만원어치 한 펀드 주식을 산 회사원 金모씨는 직원으로부터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특히 목표수익률을 내세우는 광고는 투자자들을 속이는 것과 다름 없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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